[기고] 지역대의 위기 극복, 진정성 있는 산학협력이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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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주 동아대 고기능성밸브 기술지원센터 부소장·기계공학과 교수


2021학년도 대입 정시 경쟁률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부산지역에서 경쟁률이 3대 1을 넘긴 대학은 단 4곳에 그쳤으며 평균 경쟁률이 2.3대 1로 지난해 경쟁률 3.4대 1에 비해 크게 하락한 것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으로의 학생 유출 등이지만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데 있을지 모른다. 그야말로 대학의 위기는 발등의 불이다.

대학, 특히 지역대학 위기의 본질에는 학생 취업 문제가 있다. 결국 대학이 생존하기 위해선 각 대학 현실에 맞는 차별화된 ’산학협력’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 할 수 있다. 대학들은 자구책을 쓰는 한편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지만 그쪽만 바라보고 있기에는 사안이 중대하다.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이다.

‘산학협력’에 대한 자료는 넘쳐나고 있으며 손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산학협력 실행은 그 연구 데이터양 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체 대상 설문조사에서 산학협력의 가장 큰 애로사항 1순위로 꼽히는 것도 ‘기업과 대학의 산학협력에 대한 견해 차이’다.

하지만 필자가 몸담은 대학의 산학협력 사례에서 성공적인 지역대학 위기 극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듯해 얘기해볼까 한다. 동아대는 산학협력단 산하에 고기능성밸브 기술지원센터라는 곳이 있는데 설립 이래 현재 14년간 운영되고 있다. 정부 지원은 10년뿐이었으며 그 이후 자립운영 하고 있다.

동아대 고기능성밸브 기술지원센터는 지금 노하우가 늘어 잘 운영되고 있지만 사업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기업에서 밸브 유량시험 의뢰를 받아 진행할 때 일인데 그 당시 한겨울이라 외부에 설치된 밸브 유량시험측정 장비의 배관이 꽁꽁 얼어붙고 터져버리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도 기업과 약속을 저버릴 수 없어 센터 직원과 연구원들은 터져버린 배관을 새로 잇고, 데운 물을 연신 옮겨 부어가며 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센터는 기업들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현재 장비로는 지원이 안 되는 시험내용이지만 새로 보조장치를 달거나, 부수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가능한 기업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없도록 하고 있다. 가장 정확한 데이터 값이 나오도록 반복 시험을 해야 해 야근도 서슴지 않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그렇게 맺은 기업들과의 인연이 오래 지속했다.

‘산학협력’을 얘기하면서 필자는 눈에 드러나지 않는 ‘이면’을 얘기하고 싶다. 자세, 태도, 마인드라는 말을 쓸 때 사용되는 ‘애티튜드(attitude)‘. 이 말은 라틴어 ’앱투스(aptus)’에서 나왔다. ‘준비’, 또는 ‘적응’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 말은 ‘무엇인가를 실행할 준비가 돼 있는 상태’를 말한다. 몸보다는 마음이 먼저라는 것이다. 센터가 정부 지원이 끝난 이후에도 운영할 수 있고 오히려 기업들이 더 찾는 이유는 교수와 직원들의 그런 애티튜드, 바로 진심과 탈격식, 부단한 노력이었다.

이제 대학도 이른바 ‘영업마인드‘, ’서비스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 방식에서 이리저리 끼워 맞추는 것은 더 의미가 없다. 모든 것은 시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고, 살아남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예전에 ‘산학협력엔 '産(산)'은 없다?’라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대학의 역할이 기업에 주는 효능감에 대한 한 중소기업 사장의 회의나 넋두리였다. 시간이 좀 흐른 현재에도 그 사장님의 회의감은 여전한지 궁금하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은 참으로 진부하지만 당위다. 지역대학은 지금 분명 위기다. 그러나 산학협력이 위기 극복의 진정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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