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바보 이미지 ‘구호동’은 방언… 미디어도 사투리 ‘비하’ 재생산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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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지방혐오 리포트]④ 외면받는 사투리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극중 인물인 '구호동'은 교포 '로건 리'의 변장 상태다. 구호동은 촌스럽고 가난하고 억척스러운 체육선생님으로 묘사돼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반면 로건 리는 도시적인 외모를 가지고 돈이 많은 인물로 서울말을 쓴다. 사진은 구호동 모습. SBS 제공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극중 인물인 '구호동'은 교포 '로건 리'의 변장 상태다. 구호동은 촌스럽고 가난하고 억척스러운 체육선생님으로 묘사돼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반면 로건 리는 도시적인 외모를 가지고 돈이 많은 인물로 서울말을 쓴다. 사진은 구호동 모습. SBS 제공



사투리를 ‘친근하다’고 여기지만 정작 사용을 꺼리는 데에는 ‘사투리는 수준 낮은 언어’라는 편견이 깔려 있다. 특히 편견은 미디어를 통해 확대·재생산된다. 주연이나 영웅적 역할이면 서울말을 쓰고, 우스꽝스럽거나 악역이면 사투리를 쓰는 공식은 빈번하게 활용된다.

SBS 인기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도 사투리에 대한 편견이 등장한다. 경상도 출신 남성 체육교사 ‘구호동’은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바보 같은 이미지를 연출한다. 덧니와 덥수룩한 머리 스타일은 펜트하우스의 주요 인물들과 눈에 띄게 구별된다.


주연 서울말 조연 사투리 사용

‘녹두꽃’의 ‘전봉준’도 서울말


펜트하우스 구호동 펜트하우스 구호동

그러던 그가 미국 출신 부동산 부호 ‘로건 리’로 변신한 뒤부터는 온전히 서울말을 구사한다. 하지만 로건 리는 극 중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하는 상황에서 사투리를 사용했다. 극 전개를 위한 장치라는 이유지만, 사투리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극 중 인물이 모두 특정 지역 출신임에도, 주연이라는 이유로 서울말을 구사하고 조연들은 사투리를 쓴 사례도 있다. 동학농민운동을 다뤘던 SBS 드라마 ‘녹두꽃’이 대표적이다.

극 중 인물 ‘전봉준’은 전라도 고부군의 동학 접주로 동학농민항쟁을 이끈 영웅이자 시대의 고뇌를 온몸으로 껴안은 사나이로 묘사된다. 드라마 모델인 역사 속 인물 전봉준은 전라도 출신이지만, 드라마에서는 내내 서울말을 쓴다. 반면 전봉준을 제외한 나머지 전라도 출신 인물은 전라도 사투리를 실감나게 구사한다. 제작 관계자는 “전봉준이 전국구 인물임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해명했지만,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은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칠 수 없다는 인식 자체가 차별적 시각을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미디어가 지역감수성에 대한 고민 없이 시청자를 설득하기 위한 쉬운 방법을 택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홍경수 교수는 “미디어가 갖는 절대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지역감수성이 떨어지는 설정을 단순히 작품의 특수성이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며 “감수성은 결국 다양성과 직결되고, 이를 통해 지역은 물론 다양한 소수자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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