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달고나, 세계를 달구다
‘양은으로 만든 국자에, 달고나라고 불리던 하얀 덩어리나 누런 설탕을 녹여 먹던 또뽑기 집도 있다. 돌덩이 같은 하얀 달고나를 국자에 넣고 연탄불에 둘러앉아 녹여서 거기에 소다를 약간 넣으면 부풀어 오르던 그 하얗고 달콤하고 포슬한 그 맛.’ 공지영의 장편소설 에 나오는 ‘달고나’에 대한 얘기다. 부산이나 경상도 지역에서는 ‘쪽자’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고, 때로는 부풀어 오른 모양과 누런색, 불량식품이라는 이미지가 결합해 ‘똥과자’, 둥근 철판으로 납작하게 누른 달고나에 별이나 하트, 십자가, 삼각형, 동물 모양을 바늘로 떼어 내면 공짜로 하나 더 받을 수도 있어 ‘뽑기’로 불리기도 했다.
달고나는 그 명칭에서부터 달달함이 온몸으로 전해질 정도다. 그래서 일설에는 ‘설탕보다 달구나’에서 유래했다는 얘기도 있다. 1960년대부터 대중화하기 시작해 1970~1980년대 초 학교 앞 길거리에서 많이 팔렸다.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던 그 시절, 아이들에게 대단한 군것질거리였고 주전부리였다. 특히 설탕에 베이킹소다가 가미돼 만들어 내는 캐러멜 맛은 마치 소설 속 묘사처럼 ‘달콤한’ 그 맛이었다. 지난해에는 이걸 응용한 ‘달고나 커피’가 유행하기도 했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그 안에 나오는 달고나도 덩달아 뜨고 있다. 이는 마치 영화 ‘기생충’에 등장했던 ‘짜파구리’가 떴던 것과 비슷하다.
달고나 인기는 거의 ‘열풍’ 수준이다. 아마존, 이베이 등 해외 대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오징어 게임 장면을 붙인 ‘달고나 만들기 세트’가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실제 미국 이베이에 올라온 수십 개 세트 중 비싼 건 수십 달러가 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달고나 제조 성공담이나 실패담을 담은 영상이나 레시피 등 관련 콘텐츠가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서도 일부 쇼핑 앱에서 달고나 상품이 등장할 정도다.
달고나 열풍은 K-콘텐츠 인기가 K-푸드에 대한 호기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결과다. 드라마 인기 덕분에 달고나가 세계적인 대박 유행 아이템이 됐다. 어려운 시절 누군가에게 즐거움과 재미, 행복을 함께 선사했던 한국의 길거리 간식 문화 달고나가 전 세계를 달구는 놀이문화가 된 셈이다. 이러다간 지구촌 국자를 다 태울까 걱정되지만, 그래도 이는 분명 유쾌한 일이다. 정달식 문화부 선임기자 dos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