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돋보기] 플랫폼 규제 대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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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 신한금융투자 서면PWM PB

삼성의 이재용, 현대차의 정의선, SK의 최태원,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자이다. 창업자의 후손인 이들은 대물림을 통해 재벌기업의 오너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최근 자수성가한 인물들이 대한민국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의 이해진, 카카오의 김범수, NC소프트의 김택진, 넥슨의 김정주 등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바로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다. 창업 20년만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제치고 대한민국 부자 순위 1위에 올랐다. 그가 이끄는 카카오의 성장세는 매섭다. 국내 점유율 90%의 카카오톡을 활용한 독점화된 플랫폼이 그 성장의 원동력이다. 이에 카카오, 나아가 다른 플랫폼 기업까지 독과점에 대한 잡음이 일었다. 바로 갑질에 대한 우려다.

지금은 대표적인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 다음(현 카카오) 등이 콘텐츠 사업자의 형태로 을의 입장이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갑의 입장은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제공하던 통신사였다. SKT의 네이트, KTF의 매직엔 등 통신사 플랫폼을 통해서만 무선인터넷 접속이 가능했다. 통신사는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검토하고 선정, 업체와 수수료 등을 별도 계약하는 지금의 플랫폼 기업과 유사한 형태의 수익구조를 가졌다.

2002년 말, 통신사 플랫폼의 무선망 독과점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졌다. 당시 SKT는 코스피 시가총액 2위의 대표적인 성장주였지만 이후 20여 년간 주가 조정을 겪었고, 지금은 성장주가 아닌 배당가치주로 평가 받는다.

그 무렵 규제로 인해 초대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 전체의 급락에 대한 우려가 지배적이었지만,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무선망 개방이 콘텐츠 기업의 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 것이다. 규제를 기점으로 포털, 게임, 온라인쇼핑 등 수많은 모바일 콘텐츠 기업이 본격적인 주가 랠리를 시작했다. 실제로 2003년 이후 SKT와 KT의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다음(현 카카오), 엔씨소프트, 인터파크, 네오위즈홀딩스 등은 가파른 주가 상승을 보였다.

향후 플랫폼 규제는 독과점, 그리고 세금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규제로 피해를 입어 급락한 주식들을 저가 매수하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지만 규제와 다투는 것보다 규제의 수혜를 찾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 될 것이다. 이번 위기를 기회삼아 ‘규제수혜주’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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