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1984 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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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KBO리그 최강 팀을 가리는 ‘가을야구’가 1일 오후 개막한다. 정규시즌 4위 두산 베어스와 5위 키움 히어로즈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이 이날 시작한다. 이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대망의 한국시리즈는 오는 14일 시작해 7차전까지 갈 경우 22일 끝난다. 야구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시절이 드디어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야구의 도시’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올해도 섭섭한 마음으로 이를 지켜봐야만 하게 됐다. 롯데가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탓이다. 올 시즌 초만 하더라도 일부 전문가들이 롯데를 ‘5강’에 포함시키면서 팬들에게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갖게 했으나 거듭 실망만 안겼다. 이미 지난 3시즌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롯데다. 롯데 구단으로서도 답답했던지 올해 팀 캐치프레이즈로 ‘이길 때가 됐다’는 의미의 ‘Time to win’을 내세웠으나 공염불에 그쳤다.

정규시즌 이후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뜻하는 가을야구는 롯데 때문에 만들어진 말이다. 한때 한국 프로야구를 주름잡던 롯데가 2000년대 이후 추락하면서 팬들이 롯데를 향해 “가을에도 야구하자”고 외친 데서 비롯했다. 그만큼 가을야구에 대한 롯데 팬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는 셈이다. 하지만 4년 연속 그 염원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롯데, 아니 야구팬들의 뇌리에 각인된 가을야구가 있다. 1984년 최동원(1958~2011)의 가을야구다. 그때 최동원은 지금은 롯데의 영구 결번으로 지정된 등 번호 ‘11’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그는 당시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 중 무려 5번이나 등판해 4승(완봉승 1번, 완투승 2번, 구원승 1번) 1패(완투패)로 팀 우승을 이끌었다. KBO리그 40년 동안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올린 투수는 최동원이 유일하며, 이는 앞으로도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기록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도 1984년의 가을야구를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가을야구로 평가한다.

운 좋게도, 최동원의 야구 인생을 담은 다큐 영화 ‘1984 최동원’이 그의 생전 등 번호를 기념해 오는 11일 개봉한다. ‘기록을 넘어 기적을 선물한 눈물 나게 그리운 그 이름’이 영화를 대표하는 타이틀이다.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롯데에 몹시 실망한 팬이라면 영화로나마 최동원과 전성기 롯데의 가을야구를 추억함으로써 서운함을 달랠 좋은 기회이겠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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