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안 떼이려고?… 공인중개사 시험에 몰린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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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 모(31) 씨는 지난달 30일 치러진 32회 공인중개사 자격 시험을 봤다. 김 씨가 시험에 응시한 이유는 ‘전직’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에 맞닥뜨릴 부동산 계약 때 잘 대처하기 위함이다. 주로 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이 월세 대신 금액이 더 큰 보증금을 내고 전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이와 관련한 피해 사고가 연일 발생하면서 김 씨는 중개사 시험에 도전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김 씨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세 매물 찾기가 어려워졌고, 4년 전 전세를 구할 때보다 보증금도 훨씬 올랐다”며 “전 재산을 날릴 수도 있는데, 중개사 공부가 도움이 될까 싶어 시험까지 응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응시생 40만 명 중 40%가 2030
중년고시 옛말… 젊은 층이 대세
사회초년생 대상 중개 사고 늘자
자격증 따서 개업하는 목적 외에
피해 입지 않으려고 부동산 공부


일명 ‘중년 고시’로 불렸던 과거와 달리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는 젊은 층 비중이 늘고 있다. 2019년 공인중개사 시험을 본 2030세대가 12만 명에서 올해 약 16만 명으로 늘었다. 총 응시자의 40%에 육박한다. 자격증을 따서 개업을 하겠다는 경우 말고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기본 소양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게 그들의 이야기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 중인 강 모(25) 씨도 그런 경우다. 강 씨는 “물론 친절하고 꼼꼼히 봐 주는 중개사도 있지만, 소유관계가 복잡한 매매건에 대해 물어봐도 귀찮게 여기거나 잘 모르는 중개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같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 중개사 공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고,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며 “미리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중개사를 만나서 거래해야 손해 보는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그만큼 부동산 거래 사고가 늘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갭 투자(전세를 끼고 주택 매입) 등이 활발해지면서 대출 옥죄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발생할 경우 다툼이 생길 공산이 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3517억 원에 달한다. 이는 HUG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5년 이후 최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253억 원이었다.

올 9월에도 서면의 한 오피스텔 집주인이 파산한 뒤 잠적한 탓에, 세입자 70세대 등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세입자 대부분은 20~30대 사회초년생으로, 8000만 원에서 1억 1000만 원의 전세보증금을 걸었다. 해당 오피스텔의 피해자들은 경매 때 순위에 대해 잘못 안내하는 등 중개사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층별로 근저당권이 다르게 설정돼 있었지만 중개사가 이를 알리지 않아 입주 때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부산공인중개사협회 정해교 사무국장은 “아직은 단순히 중개업에 대한 공부를 위해 응시하는 숫자는 많지 않지만 더러 있다”며 “중개사의 부주의로 피해를 입었다면 근거를 모아 협회 측에 입증을 하면 보상을 해 주는 제도가 있고, 2년에 한 번 중개사고에 대한 공인중개사 보수교육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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