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물대는 국토부에 발 묶인 ‘부산발 해외여행’
정부의 ‘위드 코로나’(일상 회복) 시행과 더불어 국내 해외여행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울경 지역민이 주로 이용하는 김해공항을 통한 해외여행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항공사 이해관계 조정 등을 이유로 항공사 지정 등 후속 절차에 미적대면서 김해공항 국제선 재개 일정이 확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역 항공사나 관광업계는 해외여행 상품 구성이나 운항 재개 준비를 마쳐놓고도 이용객 모집에 나서지 못한 채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항공사 지정 등 후속 절차 늑장
김해공항 국제선 재개 ‘불투명’
지역 여행사, 관광객 모집 못 해
인천공항은 86개 노선 운항
수도권만 ‘위드 코로나’ 수혜
2일 항공·관광업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 여행사 등은 지난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김해공항 국제선 운항 확대 결정 이후 괌·사이판 등을 목적지로 하는 상품들을 준비했지만 실제 모객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항공사들도 항공권 예매를 받지 못한 채 마냥 기다리는 중이다.
중대본 결정에 이어 지난달 국토부의 ‘11월부터 지방공항 국제선 단계적 재개 방침’ 발표 이후로 기대감에 부풀었던 지역 항공·관광업계에 최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시 국토부는 내부적으로 부산~사이판 주2회 노선을 에어부산에, 부산~괌 주1회 노선을 제주항공에 배분하는 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후 김해공항 운항 확대와 관련해 항공사 선정 발표 등 후속 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지역 항공사의 경우 국토부의 국제선 운항허가만 받으면 곧바로 공항 슬롯(SLOT)·리조트 확보 등을 위해 현지 당국과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김해공항 국제선이 1년 7개월가량 닫힌 상황에서 고사 위기로까지 내몰린 지역 관광업계와 해외여행을 기대하고 있던 지역민들은 이 같은 국토부의 운항 허가 지연 탓에 해외여행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지역 차별” “지역 경제 회복 외면” 등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는 인천공항에서 86개 국제선 노선이 운항하면서 항공사들이 빠르게 위드 코로나 수혜를 만끽하고 있고, 수도권 여행사들도 예약·문의 폭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상황과도 극명히 대비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지역 여행사나 항공사는 여행 상품 구성에 있어서도 이용객 선호도가 높은 리조트들을 수도권 업체에 선점당하며 상품 구성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는 장기적으로 김해공항 경쟁력 유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산 지역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11월 말이면 사이판 상품 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상품을 준비해 마케팅을 펼쳐 왔지만 항공편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모든 업무가 올스톱 되다시피 하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항공사인 에어부산 역시 사이판 노선 재개를 위한 준비가 한 달가량 소요될 수 있어 당장 김해~사이판 운항 항공사로 선정되더라도 이달 내 운항 재개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칫 항공사 배분 변화 등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까도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김해공항 항공편 재개와 관련해 합리적인 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한 서두르고 있다”면서도 “항공사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사이판 당국 입장도 있는 등 고려할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당장 운항 재개 시기를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다”고 밝혔다. 김덕준·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