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증권사 상대 ‘주행세 8년 전쟁’ 대법서 이겼다
속보=울산시가 국내 유수의 증권사를 상대로 수십억 원대 ‘주행세 체납 소송’을 벌여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이번 판결은 우회적인 조세포탈 행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길을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39억대 주행세 포탈 손배소
2심 판결 뒤집고 최종 승소
우회적 조세포탈에 배상 길 터
2일 울산시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울산시가 A 증권사와 이 회사 전 간부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39억 원대 주행세 포탈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주행세는 수입 유류에 붙는 자동차분 주행세로, 수입통관 때 내는 관세·교통세와 달리 수입신고 후 15일 이내 납부한다. A 증권사 간부 B 씨는 이런 점을 악용해 2014년 초부터 증권사 등에서 투자금 수백억 원을 끌어다 중간 운영사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경유 6만 8000t을 수입 후 서둘러 팔아 주행세를 체납시키고, 페이퍼컴퍼니는 파산·폐업하는 수법으로 탈세했다. B 씨 지휘 아래 경유 수입 직전 자본금 10만 원으로 설립한 운영사를 끼고 페이퍼컴퍼니(자본금 100만 원)를 세워 탈세를 계획,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경유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투자자 등에게 배분한 것이다.
울산시는 곧바로 2015년 A 증권사와 간부 B 씨, 페이퍼컴퍼니 책임자 등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형사 재판에서 B 씨는 조세 포탈 혐의로 징역 5년에 벌금 134억 원이 확정됐고, 중간 운영사 대표와 페이퍼컴퍼니 대표에게도 징역형과 거액의 벌금형이 각각 선고됐다. 하지만 투자금을 대고 수익을 챙긴 증권사는 불기소 처리되면서 울산시가 민사 소송을 걸고 나선 것이다.
시는 이후 해당 증권사와 B 씨를 상대로 32억 원대 손배소를 제기해 2018년 10월 울산지법에서 일부 승소했다가 2년 뒤 부산고법 항소심에서 졌다. 당시 항소심 판사가 선고 넉 달 뒤 증권사를 변호했던 대형 로펌으로 이직한 사실이 알려져 재판 공정성을 놓고 논란(부산일보 2020년 3월 30일 자 1면 보도)이 일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증권사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이나 사용자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대법 판결에서 이 부분을 논의할 물꼬를 튼 것이다.
대법은 “울산시가 진정한 납세의무자를 파악하지 못하는 틈을 타 포탈한 주행세 상당의 이익을 배분한 이상 (중략) B 씨 등의 불법행위와 울산시의 손해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