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발흐주 주도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여성 인권 신장 활동가 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 내무부 대변인 카리 사예드 호스티는 전날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여성 4명을 살해한 용의자 2명을 체포했고, 용의자들로부터 여성들을 집으로 유인했다는 자백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현재 용의자들의 살해 자백 여부,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재집권 후 첫 사례
여성 인권 하락 우려 고조

사망자 중에는 아프간 여성 인권 신장을 요구해온 활동가 프로잔 사피(29)가 포함됐다. 여성 활동가가 피살된 것은 올 8월 15일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집권한 뒤 처음 있는 일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피해 여성 3명에 대해서는 신원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들 또한 여성 활동가라는 일부 보도가 나왔다. 프로잔 가족들에 따르면 프로잔은 지난달 20일 망명을 도와주겠다는 익명의 전화를 받고 간단한 짐만 챙겨 집을 떠났다.

이날 영안실에서 시신을 확인한 프로잔의 자매는 “머리, 심장, 가슴, 다리 등 온몸에 셀 수 없이 많은 총상이 있었다”면서 “얼굴도 알아볼 수 없었고 옷으로 신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마자르이샤리프에서는 탈레반 재집권 후 여성들의 거리 시위가 이어져 왔다. 시위대는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며 탈레반을 상대로 여성들의 교육·일할 기회 보장을 요구했다. 시위 주최자는 이날 “가장 최근의 시위에 프로잔이 나와 함께 했다”고 말했다.

아프간에서 여성 인권·사회 활동가들은 테러의 표적이 되곤 했다. 탈레반 1차 집권기에는 교육·취업 금지, 공공장소 부르카 착용 등이 당연시됐고, 성폭력과 강제 결혼이 횡횡하기도 했다.

탈레반 지도부는 재집권 후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지켜지지는 않고 있다. 방송국에서는 여성 앵커 등이 쫓겨났고, 지자체 공무원은 전원 남성으로 교체됐다.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이 탈레반 총에 맞아 숨지는 일도 빚어졌다. 아프간 수도 카불 시내에는 광고판 여성 얼굴이 검은 페인트로 덧칠되기도 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아프간 지부는 탈레반이 34개 주 가운데 단 3개 주에서만 구호단체 여직원들의 활동을 허용하는 등 여성 활동가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승훈 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