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김해한글박물관
세계의 많은 문자가 인류 이성의 창작물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한글은 그 우수성이 정평이 나 있다. 문자학 측면에서 제시되는 여러 학문적 근거는 놔두자. 일단 글자를 익혀 사용하기가 쉽다는 점에선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유네스코에서 1990년부터 해마다 문맹 퇴치에 공적이 큰 사람이나 단체를 선정해 주는 상이 있는데, 그 상이 ‘세종대왕 문해상’이다. 한글이 배우기 쉽고 우수한 글자라는 사실을 유네스코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글은 정말 우리 민족에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배 중의 보배다. 그런데 너무 쉽고 효율적인 문자여서 그런지 일상생활 중 공기의 존재를 모르고 지내는 것처럼 한글의 위대성과 편리함도 곧잘 잊어버린다. 한글의 수혜자로서 그 존재에 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다. 물론 국경일인 한글날이 있지만, 한글보다도 공휴일로서의 존재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이럴 때 평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면 제격이다. 마침 경남 김해시가 공립으로선 전국 처음으로 9일 지역 출신 한글학자인 한뫼 이윤재(1888~1943)·눈뫼 허웅(1918~2004)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김해한글박물관’을 개관한다고 한다. 2014년 10월 서울에 개관한 국립한글박물관이 있지만, 지역 자체의 한글박물관이 건립되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우리글인 한글의 발자취와 미래를 살펴보고 생각하는 것은 전국 어디든 활발히 이뤄져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에게 한글의 가치와 자부심을 느끼게 하면서 즐겁게 우리글 공부를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성인들 역시 인류 지성 최고의 산물이라고 하는 한글에 관해 좀 더 체계적인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김해한글박물관은 이번 개관을 맞아 ‘표준조선말사전’ ‘문예독본’ 등 이윤재·허웅 선생의 한글 연구에 관한 육필 원고를 비롯해 조선시대 순 한글로 작성된 문서인 ‘선조국문유서(宣祖國文諭書·보물 제951호)’도 전시한다. 이 유서는 임진왜란 때 왜군 포로가 된 백성들을 회유해 돌아오게 하려고 선조가 내린 한글 교서다. 또 예전 연도별 국어시험 등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가고 싶은 곳이 많겠지만, 가까운 김해한글박물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글의 향기에 젖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