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부산발 K콘텐츠’ 성공을 꿈꾸며
김상훈 문화부장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인기가 여전하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생존)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9회 분량의 이 드라마는 9월 17일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으며 이 작품이 서비스되는 전 세계 83개국에서 한때 정상을 찍기도 했다.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7일(한국시간) 기준 ‘넷플릭스 오늘 전 세계 톱 10 TV 프로그램(쇼)’ 부문에서 772포인트로 1위를 기록했다. ‘오징어 게임’은 9월 23일부터 이날까지 45일째 굳건히 정상을 지키고 있다.
‘오징어 게임’ 세계적인 흥행
K콘텐츠의 경쟁력 보여줘
글로벌 OTT 기업 한국 상륙
콘텐츠 시장 격전지로 부상
부산지역 제작사에겐 기회
지속적인 맞춤형 지원 정책을
이런 가운데 거대한 자본을 업은 글로벌 OTT 기업이 이달 한국에 잇따라 상륙해 본격적인 콘텐츠 전쟁에 돌입했다. 애플TV 플러스가 4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고 12일엔 디즈니 플러스도 첫선을 보인다. ‘오징어 게임’ ‘D.P’ ‘마이 네임’ 등으로 한국에서 기반을 닦은 넷플릭스와 웨이브·티빙·왓챠 등 토종 OTT가 서비스 중인 국내 콘텐츠 업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1만 6000개 이상의 자체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 OTT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콘텐츠 시장이 국내외 OTT 업체들의 격전장이 되어 가는 가운데 올해 부산지역 문화현장에서도 OTT 관련 영화·영상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하는 의미심장한 시도가 있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부일영화상이 올해 처음으로 OTT 공개 작품을 후보에 포함시켰다. 그로 인해 ‘낙원의 밤’ ‘콜’ ‘승리호’ 등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 영화들도 후보작에 올랐다.
지난달 6~14일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도 ‘온 스크린’ 섹션을 도입하며 영화·영상산업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OTT 플랫폼이 제작한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시리즈까지 영화제 상영작에 포함된 것이다. BIFF는 올해 ‘온 스크린’ 섹션을 통해 ‘마이 네임’ ‘지옥’ 등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 시리즈와 HBO 드라마 ‘포비든’을 선보였다.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영화와 비영화, 영화와 시리즈물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을 영화제가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OTT 확대는 부산지역 영화·영상 콘텐츠 제작사에도 커다란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부산지역 콘텐츠 제작사들이 만든 작품들이 OTT 플랫폼에 상영되거나 전극 극장가에서 개봉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부산 제작사 케이드래곤이 만든 판타지 드라마 ‘심야카페’ 시리즈는 올해 국내 OTT 플랫폼인 ‘시즌(Seezn)’를 통해 공개되며 화제가 됐다. 김희영 케이드래곤 대표는 부산영상위원회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마중물 삼아 제작할 수 있었고 투자자 원금을 회수할 만큼 미국, 유럽, 인도 등 해외 OTT 판매에 성공했다고 한다. 제작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심야카페’를 내년 상반기 영화로 개봉하기 위해 현재 부산에서 촬영 중이다.
지역 제작사가 이뤄낸 또 하나의 성과는 부산 MZ세대인 김민근 감독과 제작사 ‘눈’의 김예솔 대표가 만든 영화 ‘영화의 거리’다. 촬영, 후반작업, 배급까지 부산에서 마무리한 ‘순도 100%의 첫 부산 영화’로 9월 16일 전국 극장 개봉을 하면서 지역에선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영화는 부산 출신 배우 한선화와 울산 출신 배우 이완의 출연, 부산 출신 90% 이상인 스태프, 부산 올 로케이션 촬영으로 눈길을 끌었다. ‘영화의 거리’는 부산영상위원회로부터 부산 웹드라마 지원사업을 통해 제작비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개소한 음향 후반 작업 시설 ‘부산 사운드 스테이션’에서 이 영화의 색 보정과 사운드 작업을 지원했다. 김예솔 대표도 “OTT 활성화로 부산 제작사에도 많은 기회가 생겼다. 16부작 드라마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는데 부산의 숨은 명소나 역사를 보여주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지역 제작사들이 올해 거둔 나름의 성과는 부산영상위원회의 적극적인 지원 등에서 나왔다. 부산영상위는 최근 부산 제작사가 부산에서 촬영할 경우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금을 받도록 하는 예산을 추가 편성했다. 지역 제작사들이 영상 콘텐츠를 기획·개발하고 지식재산권 확보와 콘텐츠 제작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맞춤형 정책이 지속해서 나왔으면 한다. ‘부산발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