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조선·해운의 탄소중립과 선박 연료
안광헌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본부 사업대표
인류 문명은 진화 과정에서 석탄과 석유 등 화석 에너지를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생성돼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도를 상승시키는 주요 온실가스의 하나다. 무분별한 탄소 배출로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현상은 지구 환경과 인류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 대재앙이다. 이를 막기 위해 화석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며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탄소중립 전략이다. 유럽연합(EU)은 2005년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EU-ETS)를 도입했으며, 국제해사기구(IMO)도 몇 년 전부터 온실가스 규제를 잇달아 강화해 오고 있다.
IM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해상운송 업계는 연간 약 10억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이는 세계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3%에 달하는 수준으로, 한 산업 분야로는 매우 높은 비중이다. IMO가 온실가스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다. 따라서 세계 조선·해운 시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유류를 연료로 사용하는 기존 선박에서 친환경 연료를 쓰는 선박 체계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환경친화적인 스마트 선박 개발과 보급, 스마트 운항관리 체계로의 변화 시도 등 말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 추세
해양 분야의 탈탄소 노력도 진행 중
선박 연료, 친환경 에너지로 바꿔야
국내 조선·해운업 긴밀한 협력 필요
다행히 이미 선박의 연료를 바꾸기 위한 해양 분야의 변화는 시작됐다. IMO는 세계 해운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오는 2030년까지 2008년 대비 40% 수준으로 절감하고, 2050년까지는 50%까지 줄이기 위한 기준을 제시하고, 단계적인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IMO가 올해 들어 2012~2018년의 온실가스 발생량과 탄소 집약도를 정량화한 자료를 바탕으로 2018~2050년의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선박 적용 기술별 온실가스 저감율과 한계저감비용(온실가스 1t을 줄이는 데 쓰이는 운영비나 설비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세계 조선·해운산업의 선박 연료 변화가 예상된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 전문업체 클락슨은 앞으로 2040년까지는 저탄소 연료로 꼽히는 LNG(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선박 발주량이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수소, 암모니아 등 무탄소(탄소중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발주량은 2030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41년 이후에는 LNG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2050년에는 무탄소 연료 선박 발주량이 67%, LNG 연료 선박 발주량은 33%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확실한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IMO의 온실가스 규제 대상에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6대 온실가스로 지정된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포함되는 등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면 미래 선박의 연료는 무엇이 될까. 노르웨이 선급인 DNV-GL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이 보고서는 LNG와 암모니아, 수소, 메탄올을 온실가스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향후의 선박 연료로 제시했다. 특히 현시점에서는 LNG를 선박 온실가스 규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대체 연료로 보았다. LNG가 선체 저항을 줄이고 프로펠러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에너지 절감장치와 조합하면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암모니아, 메탄올, 수소를 무탄소 바이오 연료로 변경하면 2050년 이후 강화되는 규제에도 대응이 가능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의 경우 대체 연료로 적용하기에 아직은 경제성이 부족하고 수소 터미널 및 벙커링 인프라 구축에도 막대한 투자가 요구돼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가 지구상에서 가장 청정한 연료로 알려져 있지만, 지속적으로 액화 저장하는 데 에너지 소비가 너무 많은 데다 낮은 밀도로 LNG 대비 약 2.4배의 저장시설이 필요해서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수소 연료 추진 선박은 대형 상선보다는 운항 거리가 짧은 소형 선박과 관공선 위주로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선박 연료 시스템에 연료전지나 배터리와 조합된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 기술이 적용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결국 탄소중립을 위해 대형 상선에 사용될 친환경 연료로는 e-LNG, e-암모니아, e-메탄올로 압축된다. 하지만 선박 연료로 사용할 정도의 엄청난 양을 생산하려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와 대규모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장비기술에 막대한 투자가 선결돼야 할 것이다. 이는 몇몇 특정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사업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 따라서 한국 해운산업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조선산업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세계의 친환경 스마트 선박 시장을 선점하고 주도하며 재도약하기를 바란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탈탄소화는 미래 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투자이자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창출할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