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요소수 이어 마그네슘·실리콘… 흔들리는 공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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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에 이어 마그네슘 등 중국발 산업 소재 품귀 사태가 산업 현장을 뒤흔들고 있다. 석탄 부족으로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국이 마그네슘 생산량을 대폭 줄였다. 마그네슘은 가볍고 단단해 자동차, 스마트폰, 배터리 등의 소재로 주로 쓰인다. 특히 자동차 부품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 생산을 위한 필수 원료다. 마그네슘 7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한국은 원자재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전자제품과 자동차용 강재, 알루미늄 합금 생산 등에 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올해 초보다 가격이 4배 이상 오른 마그네슘은 향후 산업 현장 수요를 충당할 만큼 물량을 수입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인 상황이다.

핵심 원자재 외교·통상무기로 부상
수입처 다변화 등 대책 마련 시급

자동차 및 건설 현장, 생활용품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실리콘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산 원료 공급이 막히면서 실리콘 접착제 가격은 지난 8월에 비해 3배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건설 현장에서는 현재 재고량으로는 올겨울을 버티기 힘들 거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뒤늦게 중국발 원자재 대란 심각성을 인지한 청와대는 5일 안일환 경제수석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환경부, 기획재정부, 외교부 및 관련 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중국에 신속한 수출검사를 요구하는 등 방안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이 생산을 늘리거나, 수출 통제를 한꺼번에 풀 가능성은 극도로 낮은 상황이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사태처럼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소재나 부품 공급 차질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이 수입한 품목 1만 2586개 중 3941개(31.3%)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은 1850개로 미국(503개), 일본(438개)보다 편중 현상이 훨씬 심각하다. 의료기기 및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산화 텅스텐은 95%, 전자제품 경량화에 활용되는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86%,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은 84%를 중국에 의존해 원자재 대란은 어느 품목에서든 벌어질 수 있다.

전력난과 공해 방지 등 개별 국가의 특수한 사정은 물론이고, 최근 글로벌 경제 전쟁이 벌어지면서 외교·통상 무기로 활용되는 핵심 원자재 관리가 국가 안보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제2의 요소수·마그네슘 파동’은 끊임없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하게 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핵심 원자재는 물론이고 범용 수입 품목까지 포함한 공급망 리스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전략물자 차원에서 세제와 금융을 지원해 일정 물량 이상을 국내 생산으로 돌리는 것도 모색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차이나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급망 다변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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