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교사가 학생들 담임… 바이올린 수업 등 신나는 학교
[학교가 사라진다] ⑦ 서울형 작은학교
올해 8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현황을 보면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의 인구는 955만 277명이었다. 한때 1000만 명을 넘었던 때보다 다소 감소했지만, 국내 인구 최대도시임에는 자명하다. 그런데 이런 서울에도 작은학교가 존재한다. 서울 또한 학령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지난해 서울시의 학령인구(6~21세)는 129만 3373명으로 2010년 186만 10명보다 56만 6637명 줄었다. 10년 동안 서울의 학령인구가 무려 33.5%나 감소한 셈이다. 이는 전국에서도 감소 폭이 가장 큰 수준이다. 특히 서울도 부산과 마찬가지로 원도심 지역의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면서 해당 지역 학교 학생수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서울형 작은학교’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들 학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원도심 공동화를 차단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사근초등학교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작은학교 지정 후에 차별화된 예술 교육을 도입하고, 지역 주민과도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었다.
학생 161명에 13학급 사근초등
차별화된 예술 교육 도입하자
대중문화보다 악기 연주에 흥미
오케스트라 공연 계획까지 세워
운동회·음악회는 동네 행사로
지역민과 학교 살리기 힘 모아
■학교에서 만나는 새 세상
지난달 6일 오전 취재진이 찾은 사근초등 주변은 서울 안의 외딴섬처럼 한적했다. 학교가 있는 성동구 사근동은 서울의 원도심이다. 키 작은 빌라촌에 자리한 사근초등에는 161명의 학생과 교장·교감 등을 포함해 19명의 교사가 있다. 특수학급까지 총 13학급으로 운영 중이었다. 적은 수의 학생과 교사가 동고동락하다 보니 서로 얼굴을 모르는 경우가 드물다. 3학년 담임인 박수경 교사는 “모든 아이의 이름과 얼굴을 다 알다 보니 학생에게 일이 생기면 모든 선생님이 담임처럼 나선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 교사가 전 학생의 담임이었다.
음악실에 들어서자 바이올린 40~50대가 줄줄이 보관돼 있었다. 이 학교는 서울형 작은학교로 지정된 지난해부터 바이올린 수업을 시작했다. 현재 전교생 모두는 바이올린이나 타악기 중 하나는 다룰 줄 안다. 아이들이 학기가 끝날 때 동요 ‘비행기’를, 연말엔 베토벤 5번 교향곡 ‘운명’을 연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근초등에서는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한 반에 2명의 바이올린 교사가 수업을 진행한다. 반 평균 학생 수가 10여 명이니 5 대 1의 바이올린 교습이 되는 셈이다. 지난 1년간 바이올린 수업을 받았던 윤수인(13) 양은 “바이올린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중학교에 가서도 음악 수업이 그리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의 악기 수업으로 학생들은 대홧거리도 달라졌다. TV나 SNS의 대중문화에 그쳤던 학생들의 흥미가 합주를 준비하면서 서로의 연주와 연습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확장됐다. 아이들의 실력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교사들도 이제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계획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종합예술실을 만들어 합주실로 운영하고, 첼로 등 다른 악기를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5년간 사근초등에 근무한 박수경 교사는 서울형 작은학교로 지정되기 전과 후를 모두 경험했다. 박 교사는 “바이올린 교습을 한 이후 학생들의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며 “그 같은 열정과 경험이 삶의 기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성현 교장은 “원도심 특성상 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적은 학생들을 위해 클래식 음악 교육 과정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주민과 함께 크는 학교
사근초등의 학생 가족 중 많은 수가 ‘원주민’이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만큼 3대가 동문인 경우도 많다. 주민들의 학교 애정이 높은 이유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 수가 가파르게 줄면서 지역민이 먼저 나서서 학교 장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사근초등은 이러한 특성을 최대한 살렸다. 학교와 지역 살리기에 교직원, 학생, 지역민이 함께 힘을 모은 것이다. 지역 도시 재생 사업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벽화 그리기, 타일 붙이기 등을 진행한 걸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별빛 독서 문화 캠프’ ‘마을 역사 문화 공간 탐방’ 등의 추진도 주민의 활발한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근초등은 학교 도서관을 지역민들에게 활짝 열어 마을 도서관으로 만들었고, 운동회, 음악회를 온 동네 행사로 확장하기도 했다. 교사들은 사근초등이 작은학교이기에 지역과 학생의 특성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 교장은 “효율적인 교육이라는 것도 결국 학생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은학교라는 이유로 통폐합을 해 버린다면 길어진 통학 거리와 새로운 환경 적응 문제로 교육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글·사진=변은샘 기자iamsam@busan.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