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에 디젤차 수요 감소 가속화되나
2015년 불거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배출가스 조작 파문) 사태 이후 줄어들던 디젤차 수요가 최근 요소수 사태로 더욱 쪼그라들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앞다퉈 디젤차 단종과 함께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출시를 서두르면서 디젤차의 점유율 감소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연비에 따른 낮은 유지비 등을 선호하는 고정 수요층이 있어 ‘조기 퇴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9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수입차 유종별 점유율에서 디젤차는 2015년 68.9%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에는 27.7%로 떨어졌고, 올해는 9월까지 14.7%로 급락하고 있다.
수입차 점유율 14.7%로 급감
등록차 비율선 25.4%로 감소세
업계선 신차 출시 잇단 중단 선언
전면 퇴출까진 시간 소요 전망도
수입차·국산차를 포함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등록통계에서도 디젤차는 2015년 52.5%에서 지난해 30.8%, 올들어 9월까지 25.4%로 감소세다.
이처럼 디젤차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디젤게이트 사태 이후 경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진 것과 무관치 않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가솔린과 디젤 등 내연기관 생산·판매중단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 폭스바겐은 2035년까지, 아우디는 2033년까지 각각 내연기관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볼보도 2030년부터 순수 전기자동차만 판매할 계획이다. 이미 볼보는 국내에서 디젤차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국산차의 경우에도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가 202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출시를 중단하고 2030년부터는 전기·수소차만 생산·판매키로 했다.
국내에선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세단을 중심으로 이미 디젤차 단종이 진행되고 있다. 소형 SUV에선 현대차 ‘코나’와 쌍용차 ‘티볼리’, 쉐보레 ‘트랙스’, 르노 ‘캡처’ 등의 모델은 이미 지난해와 올해 단종됐고, 기아 ‘셀토스’는 연말까지 생산될 예정이다.
국산 세단의 디젤차는 대부분 단종한 가운데 마지막으로 제네시스가 디젤 세단 ‘G70’와 ‘G80’의 생산을 연내 중단키로 했다.
이번 요소수 부족 사태로 인해 일선 영업소에선 기존 디젤차를 계약한 고객들이 가솔린차로 바꾸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요소수 사태가 단기간에 디젤차 전면 퇴출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특히 중대형 SUV와 화물차의 경우 디젤차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V70’와 ‘GV80’, 르노삼성 ‘QM6’는 당분간 디젤차 단종 계획이 없다.
실제 KAMA 등록통계에 나타난 화물차의 디젤 판매량은 2014년 21만 8000여 대에서 지난해 20만여 대로 큰 변화가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도 SUV나 화물차의 경우 좋은 연비에 토크가 뛰어난 디젤차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유지비나 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로 이동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배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