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숙의 매스토피아] 코로나와 노년층 정신건강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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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AI융합대학 교수

지금도 진행 중인 코로나 위기에 가장 취약한 그룹은 노인들이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국가의 각종 정책은 우리 삶의 깊은 부분까지 관여하고 있으며, 거기에 노년층이 가장 많은 제재를 받아온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최소화를 위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인 거리 두기는 우리 모두에게 우울감이나 불안감 증가 등 각종 사회심리적 악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그 피해는 다른 연령층보다 노년층에서 훨씬 더 컸다. 가족·친지의 직간접적 도움이든 여러 종류의 공동체 기반 네트워크의 지원이든 외부 의존도가 높은 어르신들에게 코로나로 인한 생활의 장애는 일상과 직결된 사회적 공간의 축소로 연결돼 심각한 불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상화로 단기간에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온라인 기반 플랫폼으로 옮겨졌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 연결감은 유지되고 있다지만, 노년층의 웹 기반 통신기술의 사용 비율은 젊은 층에 비해 현저히 낮다. 대부분의 비디오 컨퍼런싱 플랫폼의 경우 노년층의 활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경우가 거의 없을뿐더러, 코로나로 인해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급격히 줄어든 탓에 별도의 현장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줄어들었다.

노년층 우울감 등 심리적 피해 더 커
온라인 기반 소통 환경에서도 소외
낮은 접근성으로 디지털 효과 못 봐
어르신 관점 바탕의 기술 개발 시급

어르신들이 새로운 네트워킹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만만찮은 비용이 필요하고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기능적 능숙함도 결여돼 있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로 디지털 사회와 노년층의 연결성을 방해하는 기술적 분열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요체는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 격리와 외로움으로 인해 노년층이 겪는 정신적 감정적 악영향을 디지털 소통으로 완화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접근성의 문제로 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정신건강의 부작용을 겪는 노년층을 돌보는 데 있어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효과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현재 디지털 기술을 가장 필요로 하는 노년층이 기술의 긍정적 효과를 최대한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년층의 접근성과 활용성이 높은 플랫폼이 마련되어야 한다. 노인학 전문가에게만 제한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술, 또는 기술 그 자체의 발전에 치중한 연구보다는 실제 어르신들이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통신 플랫폼 개발이 절실하다. 노년층의 관점을 배제하지 않은 기술 발전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먼저 어르신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현존하는 기술 습득과 활용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지 능력이 다른 다양한 노인 집단에 알맞은 체계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노년층의 기술 활용에 장애가 되는 각종 인지적 신체적 변화(기억력, 시력, 손의 움직임 등)를 다각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만 실질적으로 노년층의 디지털 기술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기존 기술의 활용을 통해 노년층이 겪는 사회적 격리감 및 외로움과 이로 인한 정신건강의 부정적 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전화 통화망의 적극적 활용으로 노년층의 일상생활에 큰 역할을 하는 각종 공동체 구성원 사이 지원망을 구축한다면 육체적 거리 두기 환경에서도 평상시에 의존하던 지원 체계를 별다른 고도의 기술 없이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 듦이라는 공통적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또래 사회 연결망에서 얻을 수 있는 공감대, 유대감, 신뢰감 등은 어르신 간의 더 적극적이고 깊이 있는 감정적 상호 지원의 바탕이 된다.

코로나 사태로 사회 구성원 사이 상호 소통을 순식간에 디지털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사회적 격리와 외로움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노년층의 건강을 유지하고 지원하는 데 있어 디지털 기술의 도입과 보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기회도 되었다. 지난 2년간 지속된 코로나 사태는 오랜 사회적 격리와 이로 인한 외로움이 노년층의 정신건강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 주었으며, 앞으로 발생할 유사 사태에 대비하여 어떤 노력을 우선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도 우리에게 던져 주었다. 노년층의 인지·신체 능력과 접근성을 고려한 디지털 기술 교육 프로그램 개발, 시니어 유저를 우선으로 하는 상호 소통 플랫폼 구축과 함께 일상 돌봄의 기반이 되는 공동체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면 팬데믹 시대에도 노인 문제 해결에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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