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발 ‘부모빚 되물림 방지’ 조례, 전국 확산
지난 2018년 5월, 부산 중구의회 김시형 의원은 위탁시설에 봉사활동을 나갔다가 16살 A 군을 만났다. 아직 사회생활을 해본 적 없던 A 군의 빚은 무려 6200만 원. 그는 아버지를 만난 적도 없고 어머니와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다. 그러던 A 군은 2017년 한 신용정보 회사로부터 빚을 갚으라는 연락을 받는다. 사망한 어머니가 남긴 빚을 대신 갚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정을 안 김 의원은 A 군을 위해 백방으로 방법을 찾았다. 결국 A 군은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부모의 채무를 한도 내 변제하는 ‘한정상속’을 승인받을 수 있었다.
김시형 의원 전국 최초 발의 뒤
60여 지자체·의회서 벤치마킹
김 의원은 더 많은 ‘A 군’ 들을 위해 개인적 호의를 넘어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19년 5월 ‘중구 아동·청소년 부모빚 되물림 방지 지원 조례’를 전국 최초로 발의한 이유다.
지난달 29일 김 의원은 ‘부모빚 되물림 방지 지원 조례’를 제정한 공로로 대한민국 위민의정대상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지방자치연구소가 주관하고 행정안전부가 후원하는 대회로, 이 대회에서는 매년 지방의회의 우수 의정활동 사례를 선정해 시상한다.
‘부모빚 되물림 방지 지원 조례’는 아동, 청소년이 사망한 부모의 채무 상속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법률지원을 한다는 내용이다. 민법은 ‘미성년자가 부모의 부채를 상속받을 시, 3개월 내 상속 포기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법률적 지식이 부족한 미성년자가 제때 상속 포기를 하지 않을 시, 빚은 그대로 상속된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개인파산을 신청한 미성년자는 80명에 이른다. 해당 조례는 지원대상 아동과 청소년에 대해 법률상담, 법률사무 지원 등의 비용을 지자체가 무료로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구에서 시작한 조례는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현재 경기도 성남시, 서울 강남구, 인천 서구 등 60여 개 지자체와 지방의회에서 해당 조례를 벤치마킹했다. 올해 5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국회의원이 ‘빚 대물림 방지법’을 대표 발의해 현재 법제화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김 의원은 “아동, 청소년들이 부모가 남긴 빚으로 사회에 나서기도 전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변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