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분권을 향한 지역의 간절한 외침이 다시 외면당했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이건희 기증관’(가칭)이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세워지는 것으로 최종 결론났다.

문체부, 송현동 건립 확정
부산시 “수긍할 수 없어”
지역 문화예술계 반발 확산

문화체육관광부는 송현동 일대의 일명 대한항공 부지 3만 7141㎡ 중 9787㎡를 기증관 건립부지로 심의·의결했다고 9일 밝혔다. 문체부는 이달 중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해 내년 하반기 국제설계 공모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완공·개관은 오는 2027년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경복궁과 헌법재판소 사이에 있는 송현동 부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비롯해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은 인사동과 인접해 있고, 관광객이 찾아오기 쉽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송현동 부지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부지는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체부의 이번 결정은 공정한 공모 절차를 요구해 온 지역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한 것이다. 문체부는 올 7월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를 선정하면서 별다른 공모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해 논란을 빚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경남, 대구 등 여러 지자체장은 문체부의 지역 무시와 공정성 결여, 수도권 일극주의를 비판하며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부산시와 문화예술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 김기환 문화체육국장은 “서울 송현동으로 최종 결정이 난 것은 문화 분권과 균형발전의 목소리를 묵살한 것으로 이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며 “향후 부산시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여러 가지 사업들을 놓고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사)부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오수연 회장은 “서울은 정치, 경제, 문화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며 문체부의 이번 결정에 분노를 표했다.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 이청산 이사장도 “이 정부의 문화 정책 자체가 말은 ‘분권’ ‘분권’하면서도 결국은 서울 집중이다”며 “문화예술인의 이야기나 지역의 이야기에 전혀 귀를 기울이는 것 같지 않다”고 질타했다.

남유정·오금아·안준영 기자 honeyb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