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서머타임 원조는 조선
이번 주부터 ‘서학 개미’들의 잠 드는 시간이 늦어졌다.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 해제에 따라 미국 증권시장의 개장이 한 시간 더 늦어졌기 때문이다. 한국도 도입했다 폐지했던 서머타임제를 유럽과 미국은 지금도 매년 실시하고 있다.
서머타임제란 여름철에 시간을 1시간 앞당기고, 여름이 끝나면 다시 1시간 늦추는 제도이다. 뉴질랜드 곤충학자인 조지 버논 허드슨이 1895년에 처음 고안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허드슨은 퇴근 후 곤충 연구 시간을 늘리려는 생각에서 서머타임제를 뉴질랜드 왕립협회에 제안했고 관련 논문도 발표했다. 여름철 출근 시간을 2시간 앞당기고, 겨울에는 2시간 늦추면 여가를 더 오래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으나 혼란스럽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그로부터 21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석탄 절약을 위해 서머타임제를 도입한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아메리카 국가들과 유럽도 대부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미군정의 권유로 1948년 정부 수립 때부터 1960년까지 운영하다가 중단했고,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7~1988년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시간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다 보니 서머타임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가 이스라엘 폭탄 사고이다. 1999년 이스라엘 서안지구에서 출근 시간에 맞춰 버스에 설치된 시한폭탄이 갑자기 터져 테러범 3명이 즉사했다. 알고 보니 이스라엘이 서머타임을 해제한 사실을 모른 채 시간에 맞춰 시한폭탄이 가동되며 1시간 일찍 폭탄이 터졌기 때문이다.
서양에서 시작된 서머타임의 원조가 사실 조선이라는 주장도 있다. 조선 통일 법전인 경국대전에는 여름철 관리들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한다고 돼 있다. 평소 관리들은 진시(오전 7~9시)에 출근하고 신시(오후 3~5시)에 퇴근하지만, 여름철에는 묘시(오전 5~7시)에 출근해 유시(오후 5~7시)에 퇴근한다고 출퇴근 시간을 조정했다.
교통 사정이 불편했던 당시 사정을 고려하면, 관리들은 새벽 3~4시께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 해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경국대전으로 만들어진 법이 1471년 효력이 생긴 점을 생각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서머타임제를 시행한 거로 알려진 독일보다 조선은 445년 더 빨랐던 셈이다.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