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아들까지… 지구촌 ‘독재의 추억’
세계 각국에서 ‘스트롱맨’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면서 독재자 2세들이 대선판에 뛰어들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49년 동안 철권통치를 휘둘렀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2011년 사망)의 아들인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49)가 다음 달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전망이라고 AP통신 등이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사이프는 반인륜적 행위 등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인물이다.
리비아 49년 독재 카다피 아들
내달 개최되는 대선 후보 등록
내년 5월 예정 필리핀 대선엔
마르코스 아들 유력 주자 꼽혀
AP통신 등에 따르면 리비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사이프의 후보 등록을 받았다고 온라인 성명을 통해 밝혔다. 그는 올 7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탈리아에 기름을 수출해 이탈리아의 절반을 밝히지만 정작 우리는 정전을 겪고 있다”면서 경제난과 함께 내전까지 겪은 리비아의 상황을 비판했다. 그는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으로 아버지가 실각한 해 민병대에 잡혀 올 6월까지 구금돼 있었다.
사이프는 카다피의 둘째 아들로 카다피 생전에 정부의 공식적인 직책은 맡지 않고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했지만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다. ICC는 리비아 혁명 과정에서 반인륜적 범죄와 전쟁 범죄를 벌였다는 혐의로 사이프에게 2011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리비아 법원에서도 사이프에 대해 궐석 재판을 진행해 2015년 사형이 선고된 상태다. 사이프 측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협상을 통해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대선은 다음 달 24일 열린다. NYT는 7월 인터뷰 당시 리비아에서 이뤄진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사이프에 대한 리비아 국민의 신뢰도가 57%에 이른다고 전했다.
내년 5월 치러지는 필리핀 대선에서는 21년간 필리핀의 독재자로 군림했던 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이 유력 주자로 꼽힌다. 마르코스 상원의원은 선친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이런 가운데 각종 여론 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던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 다바오 시장은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 여기에 이미 대권 도전을 선언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이 사라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대선판이 출렁이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사라 부통령 후보’ 조합이 성사되면 필리핀을 철권 통치한 정치가문의 연합이라는 점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태우 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