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잘 붙는 ‘측방 추체간 유합술’ 회복 빠르다”
척추관 협착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척추질환자 수는 지난해 890만여 명에 달했다. 척추질환 중 대표적인 질환이 추간판 탈출증과 척추관 협착증이다. 흔히 ‘디스크’라고 잘 알려진 추간판 탈출증은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존재하는 추간판(디스크)이 손상을 입으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추간판 내부의 젤리 같은 수핵이 탈출해 주변을 지나는 척추신경을 압박하며 다양한 신경학적 이상증상을 유발한다.
척추관 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서 생긴다. 노화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고령화가 빨라지는 시대에 누구든지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이에 좋은강안병원 척추센터 전상호 소장(신경외과 전문의)을 찾아 척추관 협착증과 측방 추체간 유합술에 대해 알아봤다.
신경 지나는 척추관 좁아져 통증 발생
노화가 원인… 누구나 걸릴 수 있어
다리 저려 보행 때 채 30분 못 걸어
측방 유합술, 절개·근육손상 최소화
특수 장비 갖춘 좋은강안병원 시행
■오래 못 걷는 질환
나이 들면 척추가 노화되면서 척추 뼈 마디가 굵어지고, 뼈와 뼈 사이 인대가 두꺼워진다. 이렇게 되면 척추관이 좁아져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압박받게 되고 척추 주변 혈액순환이 힘들어져 통증이 발생한다. 척추관 협착증이다.
척추관 협착증이 생기면 걸을 때 다리가 저려 걷다 쉬다를 반복하거나, 계단을 내려갈 때 허리에 힘이 들어가고 다리가 땡기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면 편하고 펴면 아파 오며, 고무다리를 붙여 놓은 듯 감각이 무뎌지기도 한다.
전상호 소장은 “척추관 협착증 환자들은 가만히 있으면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아, 집에서 식사하거나 TV를 볼 때 대부분 통증을 못 느낀다”면서 “하지만 보행 땐 오래 못 걸어 채 30분을 못 넘기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10분 걷고 주저앉기도 한다”고 말했다.
진단 초기에는 약물·주사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를 시도하나, 증상이 지속되거나 반복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뼈가 흔들릴 때 유합술
척추수술은 크게 감압술과 추체간 유합술로 나뉜다. 감압술은 신경을 누르는 병소만을 제거해 신경을 풀어주는 치료법이다. 심한 퇴행성 변화 탓에 추간판(디스크) 높이가 낮아지고, 척수신경이 지나는 척추강과 신경근 통로인 신경공이 심하게 좁아졌을 때 추체간 유합술을 시행한다. 유합술은 척추뼈 사이 디스크를 제거한 빈 공간에 인공뼈(케이지)를 집어넣어 수술용 나사와 금속봉을 이용해 고정하는 수술이다.
전상호 소장은 “척추가 안정된 상태에선 감압술을 시행한다. 예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받은 수술이 감압술이다. 반면 뼈가 흔들리거나 신경공이 막혔을 경우엔 추체간 유합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추체간 유합술에도 네 가지 수술법이 있다. 등쪽에서 절개해 접근하는 ‘후방 추체간 유합술’과 배쪽에서 절개해 수술하는 ‘전방 추체간 유합술’, 척추뼈 사이 공간을 지나 접근하는 ‘추간공 경유 추체간 유합술’, 최근 각광받는 ‘측방 추체간 유합술’이 그것이다. 전 소장이 주로 사용하는 수술이 측방 유합술이다.
측방 유합술엔 특수 척추 견인기와 신경감시장치란 특수 의료기기가 필수적인데, 좋은강안병원 척추센터에 이 장비들이 구비돼 있다. 척추수술만 1000례 이상을 달성한 베테랑인 전 소장은 측방 유합술이 도입된 10년 전부터 이 수술을 시작했다. 2016년엔 세계 신경외과의 성지와 같은 미국 애리조나의 배로우신경학연구소(BNI) 연수를 통해 수술법과 의료기기 사용법을 완벽히 터득했다.
■절개 부위 작고 뼈 잘 붙어
측방 추체간 유합술은 옆구리를 통로로 하는 수술법이다. 옆구리를 작게 절개한 뒤 튜브를 사용해 옆구리의 복막을 밀어내며 수술기구를 집어넣는 통로를 확보한다. 질환 부위를 보면서 수술하는데 튜브가 요추에 접근할 때 대요근 사이 신경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신경감시장치를 환자에게 부착한다.
이 수술은 다른 유합술에 비해 절개 부위가 작고, 근육 손상과 출혈이 적은 장점이 있다. 전방 유합술 때 생길 수 있는 주요 혈관과 장기의 손상 위험이 적고, 후방 유합술 때 발생하는 근육과 인대 손상이 거의 없다. 출혈량도 적어 거의 수혈 없이 수술이 가능하다.
전 소장은 “등을 열어 수술하는 후방 유합술의 경우 피가 500~600㏄ 나온다면, 측방 유합술 땐 50㏄ 정도밖에 안 나온다. 이 때문에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혈종장기나 조직 내에 피가 고이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측방 유합술을 시행하면 큰 인공뼈(다른 유합술보다 3배) 삽입이 가능해 뼈가 빨리 붙게 된다. 전 소장은 “케이지가 크면 유합면을 최대로 확보할 수 있어 뼈가 빠른 기간 내 튼튼하게 붙을 수 있다. 이 수술을 받은 환자는 거의 100% 뼈가 붙었다”고 강조했다. 뼈가 빨리 잘 붙는다는 건 그만큼 회복시간이 빠르다는 것. 실제로 한 60대 환자는 이 수술 후 한 달 만에 한라산을 등반했다고 한다.
전 소장은 “인공뼈와 수술용 나사는 수명이 영구적이다. 유합이 잘 되면 평생 간다. 보통 60세 이상부터 수술을 권하며, 측방 유합술은 출혈이 적기 때문에 85세까지 가능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전 소장은 “척추질환 예방이나 수술 후 건강을 위해서는 중심근육을 키워야 한다. 하루 8000보 이상 걷는 게 가장 좋고, 스쿼트, 런지, 플랭크 같은 운동도 효과적이다”며 추천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