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앞으로가 더 걱정인 부산도시공사
강희경 경제부 건설부동산팀장
내부 직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부산도시공사 사장에 오른 김종원 전 사장은 지방선거가 끝난 올 5월 돌연 사표를 던졌다. 조직 안팎에서 신망을 받으며 공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던 그의 사의 소식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 부산도시공사는 창사 이래 가장 많은 206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처음으로 최우수 등급도 받았다.
부산시 산하 기관장 중 업무 추진력과 조직 장악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았던 그의 표면적인 사의 이유는 건강이었다. 건강 상태 악화로 사장직을 한동안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의욕적인 새 시장과 함께 뜻을 맞춰 일해야 할 산하 공기업 사장이 건강을 챙긴다는 이유로 한동안 병가를 써가며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스스로 용납하지 못한다”며 “공사와 부산시, 시민을 위해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부산도시공사 창립 멤버로 허남식 전 시장 시절 직원 출신 첫 임원으로 발탁돼 서병수 전 시장 시절 연임한 후 오거돈 전 시장 때 사장에 오른 그이기에 정치적 색채가 없지만, 시장이 바뀐 만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맞다’라고도 했다. 다른 대부분의 산하 기관장이 자리에 연연하고 있던 당시, 김종원 전 사장을 아는 주변 사람들은 그의 용퇴가 아쉽긴 하지만 그다운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김종원 전 사장 용퇴 이후 6개월 넘게 공석
논란 많은 신임 사장 임명 가능성 갈등 증폭
도시창조·기획본부장 2명 임기도 곧 만료
초짜 임원진 구성 가능성에 업무 공백 우려
그러나 어이없게도 이후 지금까지 6개월 넘게 공사 사장 자리는 공석이다. 첫 공모 때는 내정자가 시의회 인사검증 부담 등으로 사퇴하는 해프닝이 벌어져 2차 공모가 진행돼 공백기가 길어졌다. 2차 공모에서도 마땅한 후보자가 없다는 평가 속에 결국 지난달 김용학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이 내정됐지만, 부산시의회가 인사청문회 후 ‘부적격’ 판단을 하면서 임명이 늦어지고 있다. 부산과는 별다른 인연도 없는 데다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70대 나이의 김용학 전 사장의 부산시 핵심 산하기관장 인선을 두고 ‘부산에 이렇게 사람이 없냐’는 푸념도 부산시 안팎에서 터져나온다. 정권 핵심 실세 역할을 했던 박형준 시장에게 기대했던 참신한 인재 등용과는 거리가 먼 인사가 진행되면서, 결과론으로 김종원 전 사장이 잠시 몸을 추슬러 임기를 마치고 연임까지 하는 게 오히려 박형준 시장의 정치적 부담을 훨씬 덜었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2차 공모까지 무산돼 부산도시공사 사장 자리를 장기간 공석으로 놔두는 부담이 더 큰 것으로 판단해 곧 김용학 전 사장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부산시의회는 임명을 강행할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해 극한 갈등이 예상되고, 부산도시공사 노조도 퇴진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조만간 공사 도시창조본부장과 기획경영본부장의 임기가 만료돼 자리를 비우게 되면 최근 바뀐 감사를 포함해 공사 핵심 임원 4명의 자리가 모두 새 인물로 채워지게 된다. 시의회 인사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 정치적 부담이 적은 이들 본부장 자리는 공모가 시작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낙점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부산의 미래를 담보할 대형 개발사업을 책임지며 서민 주거복지까지 담당하는 부산도시공사의 임원 자리는 다른 시 산하기관 임원과는 무게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건설경제 분야 시정 철학을 최선봉에서 구현해 나가는 동시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컨트롤해 나가는 지역 건설업계의 맏형 노릇도 해야 한다. 자칫 비리에 연루되기도 쉬운 자리이고, 반대로 지나친 몸 사리기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임기를 보낼 수도 있다. 김종원 전 사장은 공사를 둘러싼 내외부 환경을 모두 속속들이 알고 있어 자신감있게 오시리아 관광단지 등의 사업에 속도를 냈지만, 예전 외부 출신 사장은 지역 현안과 건설업계 지형 파악이 제대로 안 돼 지레 겁만 먹고 정책 결정을 미루다 임기를 마치기도 했다.
일광신도시와 오시리아 관광단지 사업은 벌써 14, 15년째 진행 중으로 아직도 부산도시공사 수뇌부가 결정해야 할 일은 산적하다. 에코델타시티와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 사업도 속도를 내야 한다. 부산과 부산도시공사를 모르는 신임 사장과 본부장들이 과연 얼마나 신속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사상 초유의 ‘초짜 임원진’ 구성 가능성에 대해 벌써 부산도시공사 내부에선 걱정이 태산이다. 박형준 시장은 ‘골치 아픈’ 부산도시공사 사장 임명은 물론 ‘쉽게 생각하는’ 2명의 본부장 인선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 him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