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미래 종잣돈 기대 모으는 기업인 엑스포 기부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에 보탬이 되겠다며 부산의 원로 기업인들이 뜻을 모아 기부금을 내놓았다는 소식이다. 참여한 이들은 11명으로 모두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부산 경제계의 대표 기업인들이다. 이들은 1억 원씩 총 11억 원을 모아 15일 부산시에 기부했다. 이들이 낸 기부금은 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국내외 홍보 활동에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월드엑스포가 부산의 미래를 바꿀 다시 오기 힘든 기회로 여겨지는 만큼 이번 기부금은 향후 부산 번영을 위한 종잣돈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원로 기업인들이 앞장서 불어넣은 월드엑스포 유치 열기가 부산은 물론 나라 전체로 확산하기를 기대한다.
지역 원로 경제인 11명 뜻 모아 시에 전달
유치 열기 나라 전체 확산하는 계기 기대
월드엑스포 유치와 관련해서는 다른 분야보다 경제계가 특히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 8월 부산상공회의소는 부산시와의 간담회를 통해 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적극 참여를 다짐했고, 이번 원로 기업인들의 기부도 그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부산만이 아니다. 울산상공회의소와 경남상공회의소도 지난달 ‘부울경 경제계 공동선언식’을 통해 부산월드엑스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15개 업종별 단체 등으로 구성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도 적극 협력 방침을 최근 공식화했다. 월드엑스포 유치가 부산만의 행사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새로운 경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드엑스포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은 경제계의 그런 염원에 크게 못 미치는 형편이다. 이달 초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부산시의 월드엑스포 유치 시도조차 모른다는 응답이 45.1%나 됐다. 부산이 이렇다면 다른 지역 상황은 묻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된다. 특히 월드엑스포 유치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중앙 부처와 서울 정치권 등에선 부산의 월드엑스포 유치가 가능하겠냐는 비관적인 시각을 가진 이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죽했으면 지난달 부산시가 월드엑스포 유치에 적극 나서 달라는 시장 명의의 호소문을 정부 부처와 국회, 서울 언론사 등에 보냈겠는가. 몹시도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세계적 지명도 등에서 앞서는 러시아 모스크바나 이탈리아 로마와의 경쟁도 버거운데, 최근엔 우크라이나 오데사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까지 월드엑스포 유치전에 가세하면서 부산이 넘어야 할 고비는 더욱 험난해졌다. 그러나 국민적 열기는 아직 달아오르지 않고 있고, 정치권도 내년 대선만 바라보는 여야의 이전투구 탓에 부산월드엑스포 국회 특위조차 출범시키지 못하고 있다. 나라의 온 힘을 모아 진력해도 모자랄 판에 국민, 정부, 정치권 모두 무관심과 무대책,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이 내세운 2030월드엑스포 주제인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를 위해선 모두 그런 태만과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