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Z’로 세대교체 공직사회… “공복 아닌 직장인”
‘공무원은 공복인가? 직장인인가?’
공무원들의 노동 환경 개선 요구가 점차 확산한다. 점심시간 휴무제와 민원 처리 공무원 보호 조례도 그런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신입 공무원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1980년 이후 태어난 이른바 ‘MZ세대’가 유입되면서 공직사회 직업관도 바뀌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 영도구의회는 지난 1일 ‘민원 업무 담당 공무원 보호 및 지원조례’를 입법예고했다. 이 조례는 기관장의 공무원 보호 책무 등을 규정한다. 올 9월 부산 남구에서 부산 지자체 중 처음 제정됐고, 이달 초 동구에서도 만들어졌다.
부산시 직원 35.4%가 20~30대
신규 임용자 절반 이상 대졸자
‘국민 머슴’ 통념서 직업관 변화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 요구 등
공무원 권리 확대 ‘뜨거운 감자’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 시행도 점차 속도를 낸다. 부산 지역 16개 구청장·군수들은 지난 11일 구청장군수협의회를 열어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에 대한 지자체장의 긍정적 입장(부산일보 11월 12일 자 2면 보도)을 확인했다. 공무원 처우 개선 문제가 부산 공무원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젊은 공무원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세대교체가 이뤄진 데 따른 직업관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공무원은 공복(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통념 대신 ‘공무원은 직장인’이라는 인식이 점점 확산하는 것이다. 대졸 이상의 공무원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8년 지방공무원 36만 5564명 중 임용 전 최종학력이 대졸 이상인 사람은 20만 7312명으로 56.7%를 차지했다. 2008년(42.3%) 대비 14%포인트가 늘었다.
공직사회 세대교체도 눈에 띈다. 현재 58세부터 67세까지인 베이비붐 세대 공무원은 정년 60세를 맞아 대부분 퇴직했거나 앞두고 있다. 반면 개인적 성향이 강한 MZ세대인 1980~1990년대생은 부산시청과 산하기관에 총 1623명이 있다. 전체의 35.4%에 달한다.
MZ세대에게 공무원은 흔히 불안한 노동시장에서 안정적인 직업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공적 책무에 비해, 악성 민원에 취약한 노동 안전망이 개선해야 할 핵심 과제가 된 것이다. 공무원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고객 응대 근로자에 적용되는 보호 조치를 적용받지 않는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전태철 2030청년위원장은 “여성은 25세쯤 대학 졸업 직후에, 남성은 20대 후반쯤 다른 직장을 다니다가 안정성을 찾아 공무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막상 월급은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고, 대민 업무에 배치돼 악성 민원을 그대로 받아내야 하는 현실을 맞게 된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점심시간 휴무제도 임용 초기 현장에 배치되는 공무원을 위해 요구하게 된 맥락이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지방선거’가 7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젊은 공무원의 목소리는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지역 여론에 영향력이 큰 공직사회의 요구와, 민원 서비스 강화에 대한 시민 바람을 절충해야 하는 것이다.
올 7월 4년 차 사회복지직 공무원과 간담회를 열기도 한 김철훈 영도구청장은 “젊은 공무원들과 20년 차 공무원들 사이에 생각 차이가 크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젊은 공무원의 생각은 행정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도 하지만, 공직사회의 특성상 때로는 일사불란함이나 목적 달성 등의 필요도 있어 그 사이에서 조화를 찾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