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질주하는 오토바이가 행인한테 되레 경적”
15일 낮 12시 30분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한 도로 횡단보도. 점심시간을 맞아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보행자들이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보행자 사이에는 배달용 오토바이가 끼어들었다. 차도에서 인도로 넘어 온 오토바이는 보행자와 나란히 보행신호를 기다리다 신호가 바뀌자 재빠르게 횡단보도를 달려 나갔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는 인도·횡단보도를 주행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범칙금이 부과된다.
이륜차 위반행위 3년 만에 3배
“법규 위반 이륜차에 안전 위협”
부산시의회, 자치경찰위 질타
취재진이 해당 횡단보도를 30분가량 관찰하는 동안 10대가 넘는 오토바이가 횡단보도 위를 주행했다. 시민들은 주행하는 오토바이를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시민들은 오토바이 운전자를 향해 눈살을 찌푸렸지만 일부 오토바이 운전자는 되려 보행자를 향해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취재진이 횡단보도 일대 오토바이들을 확인한 결과 번호판이 없거나 운전자가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늘면서 오토바이도 폭증하고, 이들의 위법행위도 대폭 늘었다.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대응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부산경찰청이 집계한 이륜차 위반행위 단속 건수는 지난해 5만 979건을 기록했다. 이는 1만 7611건이던 2018년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신호 위반과 인도 침범 적발 건수는 크게 늘었다. 2018년 2164건이던 신호위반 적발 건수는 지난해 1만 3895건으로 6배가량 뛰었다. 이륜차의 인도침범 건수도 655건(2018년)에서 3944건(2020년)으로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행자들은 위협을 호소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 서 모(29) 씨는 “공무원 학원을 가기 위해 매일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횡단보도를 마치 차도처럼 빠르게 달리는 오토바이 때문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최근 부산시의회에서도 오토바이 위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안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시의회 김태훈(연제1·더불어민주당) 행정문화위원장은 지난 8일 부산시 자치경찰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배달 시장확대 등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이륜차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면서 “자치경찰위원회가 대안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치경찰제 출범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았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행 오토바이 소음 기준치 완화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해야 하지만 자치경찰위원회는 이날까지 실무협의체 구성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올 8월 경기도 남부자치경찰이 이륜차 난폭 운전 등을 집중단속하기 위해 이륜차 무질서 근절대책, 어린이·청소년 안전확보 종합대책 등을 마련한 것과 대조적이다.
부산시 자치경찰위원회 자치경찰관리과 관계자는 “11월 안에 관련 실무협의회 구성을 마치고 운영을 시작할 방침”이라면서 “경찰청, 부산시, 기초지자체 등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탁경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