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불법 촬영 ‘같은 피해’ 입었는데… 직원·교사 차별한 학교
부산 동구의 중학교에서 학생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교직원 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가 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적절한 대응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등 미흡한 성폭력 대응 체계가 확인됐다.
15일 부산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한 중학교의 여자 교직원 화장실에서 학생이 불법촬영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 직원 B 씨는 현장에서 A 군의 촬영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B 씨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총 5명이다.
부산 동구 중학교 직원 화장실서
학생 휴대전화 불법 촬영 적발
피해 직원 분리조치 요구 불응
교사 피해 땐 가해 학생 전학 검토
학교 측 “어쩔 수 없는 법적 한계”
문제는 학교 측의 대응이었다. B 씨는 학교에 가해 학생과의 즉각적인 분리조치를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지침상 어렵다’ 등의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이후 B 씨가 재차 가해 학생의 처벌과 분리조치를 요구한 뒤에야 선도위원회가 열렸다. 가해 학생은 출석 정지 10일을 징계받았다.
그러나 추가 조사에서 C 교사가 피해자로 드러나자, 학교 측 대응은 달라졌다. 학교 측은 경찰 조사에서 C 교사가 피해자인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C 교사에게 특별휴가를 부여했다. 최대 강제전학 징계가 가능한 교원보호위원회도 열렸다. 직원에게는 불가했던 가해자와의 분리조치가 교사에게는 가능했던 것이다.
이같이 다른 사후 대응은 교육부 지침에 기인한다. 현재 교육부의 ‘학교 내 성희롱 성폭력 사안처리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교사 유무에 따라 피해 대응 체계가 다르게 적시돼 있다. 교사가 피해자인 경우,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최대 강제전학 등 징계가 이루어진다. 또 법적으로도 교사는 피해사실 확인 후 자동으로 특별 휴가 등을 부여받게 된다.
하지만 직원이 피해자인 경우 그 대응 수위는 현저히 떨어진다. 선도위원회만 열려 최대 징계 수위는 학생의 출석정지 10일에 그친다. 뿐만 아니라 심리치료, 경찰 조사 등 별도의 처리가 필요한 업무에도 필요한 휴가 등은 주어지지 않는다. B 씨는 결국 사건 발생 이후 경찰 조사 등을 위해 개인 연가를 사용해야만 했다.
교육청은 규정상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부산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 전민경 장학사는 “교사들은 교권보호 특별법의 대상이어서 학생에 의한 성폭력 발생 시 특별휴가 등이 가능하다”며 “지침과 법으로 정해진 사안이라 교육청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B 씨를 비롯한 피해 직원들은 부당함을 호소한다. B 씨는 “성폭력 사건에서 가장 기본적인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논의되지 못한다는 게 안타깝다”며 “교사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다면 출석정지 10일 이후, 학교에서 언제든 가해 학생을 마주칠 수 있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2차 가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같은 공간, 같은 사건에서 학교가 이처럼 차별적인 대응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근본적으로 성폭력 매뉴얼이 달라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학교 내에서도 성폭력 피해의 사후 대응 과정에서 교사와 직원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한철 전교조 부위원장은 “학교 내 직원들은 성폭력 대응을 위한 일반법 이외 실제 성폭력에 대한 보호장치가 없다”며 “학교 안에 교사의 수만큼 그 외 직종 수가 많고 그들 모두 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모두에게 보편적인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