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 짜장과 짬뽕을 넘어
수석논설위원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오늘도 쓸데없는 고민에 빠진다. 이 둘은 빨리 나와 성미에 맞고 자극적이라 입맛에 맞다. 중독성까지 강하다. 당당히 ‘국민 메뉴’에 오른 까닭이다. 요즘 밥상머리에서 빠질 수 없는 20대 대통령 선거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내년 대선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간의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이들 유력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심지어 비호감도가 날로 상승 추세다. 비호감의 이유,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각각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이라는 늪에 빠진 데다, 욕설이나 ‘개 사과’ 같은 인간적인 면모도 한몫한다. 찍을 후보가 없다는 한탄이 나온다. 짜장과 짬뽕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니 답답한 노릇이다.
내년 대선 이-윤 대결로 압축
비호감 높아 유권자는 답답
수도권 100만 호 이상 공급
돈 뿌리기식 공약에 불안감
국가균형발전 공약 집중
김동연 등 제3지대에 주목
얼마면 되겠니? 돈으로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니 호감도 돈으로 살 수 있을까. 국민 60~70%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한다. 그래도 이 후보는 추가로 30만~50만 원을 약속했다. 국민의 뜻을 어겨서는 안 되니 ‘일상 회복 방역지원금’으로 이름만 바꿨다. 내년 예산을 당겨 16조~26조 원이면 되는 일이란다.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도 아닌데 윤 후보라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새 정부 출범 100일 동안 50조 원을 투입해 영업 제한 피해를 전액 보상하겠다고 통 크게 받았다. 예산 절감과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하면 되는 일이란다. 선거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도 괜찮은 것일까.
양 후보는 인권변호사와 검찰총장 출신만큼이나 걸어온 길이 다르면서도 또 비슷하다. 이 후보는 부동산 정책으로 불로소득 타파를 위한 국토보유세 도입을 주장한다. 윤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를 포함한 세 부담 완화로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내건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주택 공급 확대로 동일하다. 세부 목표가 ‘5년간 250만 호 이상 공급’으로 약속한 듯이 숫자까지 일치한다. 윤 후보는 수도권에 13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지역을 특정했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 100만 호를 강조하면서 지역은 특정하지 않아 경선 과정에서 타깃이 되기도 했다. 둘 중 누가 집권하든 수도권에 100만~130만 호의 신규 주택이 공급된다는 것이다. 가구당 4명 기준으로 하면 400만~520만 명이 수도권에 새로 입주한다는 이야기다. 부산(335만)과 울산(112만) 인구를 합친 규모와 비슷하거나 많은 수치다. 수도권에 늘어난 공급은 더 많은 인구의 유입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은 지방소멸의 위기를 맞았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예언이 지방대의 현실이 되고 있다. 학생 수가 줄었는데 대학 가기는 왜 여전히 힘든 걸까. 우리나라처럼 상위권 대학이 서울에 몰려 있는 나라는 없다. 아무리 학생 수가 줄어도 인서울 대학도 경쟁할 필요가 없을 만큼 줄지는 않는다. “만인은 평등하지만, 인구 감소의 영향은 평등하지 않다”는 인구학자 조영태 교수의 말은 새겨들어야 한다. 누구나 말실수를 한다. 맥락을 무시하고 특정 발언만 부각되어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산이 재미없다”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게 사실이다.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상에게는 말과 행동을 조심하기 마련 아닌가. 최근 이 후보의 부산 발언이나 광주에 간 윤 후보의 사과에서는 진심으로 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책에서 지방이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 후보가 둘만 있는 게 아니다. 내년 대선은 제3지대로 불리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새로운 물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가세해 5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김 전 부총리는 비록 지지율은 최하위지만 지역균형발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내놓은 정책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첫째, 부울경 등 5개 권역에 서울 수준의 다섯 개 메가시티를 구축해 재정, 경제, 인재, 생활 등 4가지 분야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이끌어 내겠다. 둘째, 재정연방제 도입으로 지방의 재정자율권을 확대해 국가 단위가 아닌 지역 단위 사업은 예타를 면제하겠다. 셋째, 서울대 학부는 지방으로 이전하고, 서울대 수준의 지방 거점 국립대 8~10개를 육성하겠다. 그동안 지방이 목 터지게 외치던 것과 일치한다. 지방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선 후보의 출현을 환영한다.
제3지대는 내년 대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단일화든, 공동정부 구성이든 국가균형발전을 강력하게 실천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좋다. “대한민국 어디에서 태어나도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의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국민은 대통령 후보로부터 이 정도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있다. 짜장과 짬뽕, 그동안 많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