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비트코인 개발자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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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 호주의 사업가이자 컴퓨터 공학자다. 또한 가상화폐(암호화폐) 중 하나인 비트코인을 개발한 사람으로 꼽히는 대표주자 중 한 사람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비트코인 개발자는 사토시 나카모토 아닌가”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사토시 나카모토는 실명이 아니다.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8년 10월 31일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누군가가 인터넷에 비트코인 시스템을 설명하는 9장짜리 백서를 올리면서부터다.

비트코인이 만들어지고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의 정체는 금융계의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로 남아 있을 정도다. 그동안 몇몇 인물이 사토시 나카모토로 거론되기도 하고, 심지어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바로 할 피니, 데이브 클라이먼, 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가 그들이다.

할 피니는 평소 암호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개발자로 자기만의 암호화폐를 설계했던 사람이다. 그는 사토시로부터 직접 10비트코인을 이체받았고, 그것이 최초의 비트코인 이체 기록이다. 사람들은 이런 그가 사토시가 아닌가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2014년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편지에는 자신이 사토시를 알게 된 상황들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데이버 클라이먼은 미국의 프로그래머로 2013년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의 유족이 클라이먼을 비트코인 개발자라고 주장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유족들이 비트코인 개발자는 클라이먼 한 명이 아니라, BBC 방송에 나와 자신이 비트코인을 개발한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밝힌 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도 비트코인 개발자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둘은 동업자로 공동으로 100만 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관리해 왔다는 것이 클라이먼 유족의 주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비트코인 창시자인 일명 사토시 나카모토의 자산을 두고 미국 플로리다에서 진행 중인 재판을 통해 그동안 베일 속에 감춰져 왔던 사토시의 정체가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클라이먼의 유족은 클라이먼과 라이트 둘 다 사토시이며, 따라서 사토시의 자산 절반에 해당하는 비트코인 50만 개는 자신들의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라이트는 이를 반박하며 자기가 비트코인의 단독 창시자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발행하고 관리하는 화폐와 금융 시스템에 대한 도전자,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 개발자, 그의 정체는 재판을 통해 과연 드러날까? 정달식 문화부 선임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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