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시의회 ‘깨진 협치’… 예산안 심의부터 진통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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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빅2 공공기관장 임명 갈등

박형준(오른쪽) 부산시장과 신상해 부산시의회 의장이 16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만나 부산도시공사와 부산교통공사 사장 후보자 임명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빅2’ 공공기관장 임명을 둘러싼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박형준 시장 취임과 함께 초유의 ‘야당 시장, 여당 의회’ 체제가 출범하면서 초당적 협치를 강조해 왔던 양측 관계가 이번 사태로 인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형준 시장 ‘임명 강행’ 고수
‘정치적 이유로 부적합 판정’ 인식
“취임 이후 성과로 평가하면 돼”
시의회 “시민 대의기관 뜻 무시”
타 기관 인사검증 보이콧 등 논의
시 정무라인 소통 부족에도 불만

우선 시 조직 개편, 어반루프 예산 등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와의 충돌을 피하며 유연한 대응을 보여 왔던 박 시장이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는 부산도시공사와 부산교통공사 사장 후보자 모두 캠프 출신 인사를 배제했고, 결정적인 결격 사유가 없음에도 시의회가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로 이들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특히 시장 고유 권한인 공공기관장 인사권을 시의회가 침해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성권 시 정무특별보좌관은 “재산과 병역, 음주운전 등 문재인 정부 들어 마련된 ‘7대 인사 배제 원칙’에 기반해 시 자체 검증을 거쳤고, 결정적인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시의회가 이들 후보자의 공공기관 재직 시절 성과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은 없이 과거 흠결만을 내세워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의회 의견을 존중하고 소통 노력은 계속하겠지만 최종 임명 여부는 어디까지나 인사권자인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못 박으면서 “시장은 최종적으로 해당 공공기관의 성과로 시민들에게 평가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장기간 공석 상태인 양대 공공기관장 자리를 언제까지나 비워 둘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와 함께, 이들을 낙마시킬 경우 향후 부산시설공단, 부산환경공단 이사장 임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깔린 판단으로 분석된다. 이에 더해 내년 지방선거가 불과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더 이상 시의회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로 성과를 내겠다는 박 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의회는 이를 시민 대의기관인 시의회 무시이자 '협치 파탄'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다. 당장 다음 주 시작하는 내년도 시 예산안 심의부터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일부 시의원은 오는 22일 시의회 제2차 본회의에서 긴급현안질의 방식으로 박 시장을 답변석으로 불러 세워 이 문제를 집중 추궁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시의회 인사검증 특별위원회도 위원장 사퇴나 향후 인사검증 보이콧 등 대응책을 논의하면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시의회 내부적으로는 시와 시의회 간 조율 역할을 해야 할 시 정무라인의 소통 부족에 대해서도 불만이 고조돼 있는 상황이다.

시의회 신상해 의장은 “두 기관장 후보자에 대한 시민의 정서적 반감이 크다. 임명이 강행될 경우 이는 시의회의 판단이 존중받지 못한 것일 뿐 아니라 시민의 뜻이 무시된 것인 만큼 향후 모든 책임은 시장이 져야 한다”며 시민사회와 연대해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부산 연고가 없는 데다, 참신성이 떨어지는 두 공공기관장 후보자에 대한 지역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의 임명 강행은 내년 재선을 노리는 박 시장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공공기관 노조도 임명 강행 땐 사장 퇴진투쟁과 함께 박 시장 비판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 특보는 “시의회가 이번 일을 부산시민의 삶을 좌우하는 예산 심사와 연계한다면 부적격 결정이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반증일 수밖에 없고,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세익·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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