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공계 리더를 기대하면서
박진관 다인종합건축그룹 상무이사 대한민국명장·기술사·공학박사
최근 부산시의회의 부산시교육청 행정감사를 보면 부산 직업계고 취업률이 2017년 46%에서 2020년 22.4%로 절반 넘게 낮아진 반면 직업계고 대학 진학률은 2017년 33.7%에서 2020년 50.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계고 고졸 취업자 지원 확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으며, 부산시교육청도 특성화고(직업계고) 중기발전계획을 3년간 추진했지만 직업계고 취업률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시의회 행정감사에서는 부산 지역 직업계고 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국가기술자격증 취득 비용 지원을 가장 많이 원했지만, 시교육청이 올해 처음으로 국고지원금 매칭 사업을 시행해 취업률 하락을 부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서 1980년 당시 직업계 출신고(당시 실업계고) 실습생으로 건설 현장에서 기술을 익힌 후 40년 넘게 건설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 숙련기술자의 입장에서 그 문제점과 대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필자가 직업계고교를 진학하게 된 동기는 당시 해외에 파견될 플랜트 기능공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김해건설공고에 입학하여 건설 분야 기술을 배워 어려운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진학했다.
당시 교육감은 직업계 고등학교 교장 출신으로 직업계고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공단이나 협회 등을 수시로 방문해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을 파악해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을 양성했다. 그 결과 당시 졸업생 거의 대부분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익혀 취업을 하였고, 또 그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해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최근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이 산업현장으로 취업을 외면하고 대학에 진학하려는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필자는 직업계고 재학 당시 배관을 전공으로 했다. 배관 관련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거쳐야 한다. 실기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실습에 많은 예산이 필요했다. 다행히 직업계학교에 지원되는 실습비로 배관 분야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이 자격증은 취업에 큰 도움이 되었고, 기능장과 기술사 그리고 대한민국명장에 선정되는 기초가 되었다.
당시 부산에서 배관을 가르치는 학교가 3~4곳에 달했지만 지금은 한 곳 밖에 없다. 그 결과 산업현장에서는 배관 기술자 확보에 어려움을 격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인력이 부족하여 외국인 근로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근로자마저 구하기가 힘든 중소기업 등에서는 기술인력 확보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국가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공계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할 의지가 있거나, 아예 이공계 출신의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돼 산업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여기에 맞는 시정과 국가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이에 용기를 얻은 과학기술 분야의 적성을 가진, 우수한 청소년들이 이공계로 진출해 첨단 기술을 익혀 사회 각 분야에서 국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