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기 육군병원’ 통도사, 사찰 첫 ‘국가 현충 시설’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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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6·25전쟁 때 육군병원으로 지정된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와 이를 뒷받침하는 부상병들이 남긴 낙서가 대거 발견(부산일보 2020년 6월 22일 자 10면 보도)된 경남 양산시 영축총림 통도사가 국가 현충 시설로 지정됐다. 국가 현충 시설로 지정된 국내 사찰은 통도사가 처음이다.

양산시는 최근 국가보훈처로부터 통도사를 국가 현충 시설로 지정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통도사가 지난 5월 국가보훈처 울산보훈지청에 통도사 전체를 현충 시설 지정을 신청한 지 6개월여 만이다.

부상병이 남긴 낙서 대거 발견
입증 기록·자료도 잇따라 확인
호국영령 위령제 봉행 등 추진

통도사도 현충 시설이 지정됨에 따라 호국영령 위령제 봉행과 현충 시설 조성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도사는 앞으로 전시관이나 기념관 등 현충 시설을 건립할 때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통도사의 현충 시설 지정은 임진왜란 등 국가적 위기 때마다 호국 정신으로 똘똘 뭉쳐 나라를 지킨 사실을 또 한 번 입증해 호국불교의 명맥을 잇는 것은 물론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이어 국내 3대 사찰의 가치를 더욱 높이게 됐다.

통도사가 한국전쟁 때 육군병원으로 운영됐다는 사실은 노스님과 지역 주민 증언으로 전해졌으나 국가 기록은 물론 객관적인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 9월 통도사 용화전 미륵불소좌상 복장 유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용화전 미를존불 갱 조성 연기’에 처음으로 이 사실이 확인됐다. 연기문은 통도사 구하 스님이 1952년 붓글씨로 쓴 것으로 “경인년 6월 25일 사변 후 국군 상이병 3000여 명이 입사해 (불기) 2979 임진 4월 12일에 퇴거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인년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이며, 임진년은 1952년이다.

이듬해 6월에는 대광명전에서 한국전쟁 당시 장병의 것으로 추정되는 낙서가 대거 발견됐다. 낙서는 못과 연필, 칼 등으로 새긴 것으로 ‘4284년 5월 29일 도착하여 6월 12일 떠나간다’, ‘통도사야 잘 있거라, 전우는 가련다’ 등이다. 모자 쓴 얼굴과 건물 그림, 탱크와 트럭 그림 다수도 발견됐다. 또 육군병원 분원이 대전에 있다가 1951년 1·4 후퇴 직후인 1월 6일 부산 동래로 이전했는데 병실이 모자라 통도사를 육군병원 분소로 사용했다는 기록도 찾아냈다. 당시 수용 인원이 1552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1994년 성보박물관 토목공사 당시 땅속에서 주사기와 약병 등이 대량 발견됐다는 증언과 당시 위생병으로 복무한 참전용사와 통도사 정양원을 방문했다는 마을주민 등의 증언도 이어졌다. 시 관계자는 “통도사가 국가 현충 시설로 지정되면서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권 기자 ktg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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