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유 중인 길고양이까지 ‘중성화’… 불가피한 선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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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에서 수유 중인 길고양이을 대상으로 중성화 수술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2015년 부산시와 부산시수의사회가 주최한 ‘길고양이 중성화사업’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지자체가 새끼를 낳은 어미 길고양이를 상대로 중성화 수술을 하자 ‘동물권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매뉴얼대로 중성화 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고충을 호소했다.

중성화 사업을 진행하던 북구청이 젖을 먹이는 어미 길고양이를 중성화하자 고양이를 돌보는 일명 ‘캣맘’ 모임은 최근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어미 고양이가 수술을 받느라 자리를 비우면 새끼 고양이는 아사할 수도 있어 이 같은 조치는 ‘동물권에 역행한다’는 게 캣맘들의 주장이다. 한 캣맘은 “젖먹이 새끼 고양이는 하루를 굶어도 생존이 위협받는다”고 밝혔다. 통상 암컷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과 회복에 3일 정도 걸린다.

북구 중성화 시술에 갑론을박
‘캣맘’ 모임 최근 집단민원 제기
“어미 자리 비우면 새끼 아사”
포획 현장 관계자 어려움 호소
“중성화 제외 대상 파악 어려워”

북구청은 민원이 빗발치자 사태 수습에 나섰고, 현재 중성화 사업을 중단시킨 상태다. 북구청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중성화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면 포획업체와 계약 해지까지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에서는 몸무게가 2kg 미만이거나 임신, 포유 중인 고양이는 포획 즉시 방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이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잦다. 부산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적발한 부정사례 133건 중, 몸무게 2kg 미만 새끼 고양이를 수술한 사례는 31건이다. 젖을 먹이고 있는 수유묘를 시술한 사례도 2건이 있었다.

부산시는 길고양이로 인한 소음과 배설물, 쓰레기봉투 훼손 등의 피해가 잇따르자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중성화 사업에 나섰다. 지자체가 포획업체, 동물병원과 계약을 맺으면 이들이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하고 거주지에 돌려보내는 식이다. 부산시는 올해 2월부터 12월까지 총 5763마리를 중성화하는 게 목표다.

현장에서 중성화를 진행하는 사업 관계자들은 고양이 포획 자체가 까다로운데 이 과정에서 해당 고양이가 중성화 제외 대상인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극도로 예민해지면 몸을 웅크리는 습성이 있어 길고양이의 임신이나 수유 여부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양이는 1년에 중 두 번 두 달 동안 임신하고, 출산 후 세 달 동안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 사실상 암컷 고양이는 1년에 10개월은 중성화 사업 제외대상인 셈이다.

현장에서 애로사항이 쏟아지자 지난 8월 농축산식품부는 2kg 미만 개체와 출산이 임박한 개체 등에 대한 중성화 계획 등 매뉴얼 일부를 현실에 맞게 수정하려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동물보호단체의 반발로 철회했다.

동물보호단체는 길고양이가 새끼를 가졌는지는 육안으로 확인이 힘들더라도 나머지 경우에 대해서는 수술 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지역 캣맘의 중성화 사업 참여를 높여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는 “젖꼭지 주변에 털이 없거나 하는 특징으로 수유나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동물관리시스템에 중성화 내역을 등록할 때 어느 병원에서 수술했는지, 어떤 업체에 의해 포획됐는지 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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