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플랫폼으로 존재감 키우는 홍준표, 다른 노림수 있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홍준표(대구 수성을) 의원의 노림수는 뭘까.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통령선거의 최대 관심사이다. 범보수는 물론 진보 진영에서도 홍 의원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돼 있다.
홍 의원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끝난 지 보름이 지나도록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길 거부하고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윤 후보가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는다. 그는 “받아 본들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직접 홍 의원 자택까지 찾았지만 요지부동이다.
온라인 ‘청년의꿈’ 폭발적 반응
독자행보 후 정치대혁신 나설 듯
“할 말 없다” 윤석열 전화 무응답
이준석 선대위 합류 설득에도 ‘…’
“대통령 도전 나이 숫자에 불과”
차차기 출마 의사 우회적 밝혀
윤 위기 상황 땐 전격 도울 수도
대신 그는 요즘 청년과의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측근들은 “경선 때보다 더 바쁘다”거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홍 의원은 청년세대의 정치 세력화를 도모하겠다며 ‘청년의꿈’이란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었다.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14일 첫선을 보인 사이트는 사흘 만에 1000만 페이지뷰를 돌파했고, 하루에만 5만 개에 육박하는 글이 시시각각 올라온다.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홍 의원이 청년과 직접 소통하는 ‘청문홍답(靑問洪答)’과 ‘홍문청답‘(洪問靑答)’이다. ‘청문홍답’에는 21일 6000여 개의 질문이 올라왔고, ‘홍문청답’의 조회수도 최대 3만 뷰를 넘어섰다.
이런 홍 의원의 행보에 윤 후보는 갑갑한 상황이다. 본인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은 물론 자신을 직접 공격하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가 자제를 당부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21일 청문홍답에서 ‘범보수를 위해 윤석열 관련 발언을 좀 줄여 줄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알겠다”고 답했지만 이날도 김종인-김병준-김한길 3인 선대위 체제를 ‘잡탕밥’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렇다고 윤 후보가 홍 의원을 내칠 ‘방법’도 없고, 더더욱 ‘명분’은 찾기 힘들다. 일각에선 “홍 의원을 출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어설프게 탈당시켰다간 2030세대와 영남권의 홍 지지자들이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그의 측근들은 “조만간 홍 의원이 ‘윤석열 선대위’에 합류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한 핵심 측근은 이날 “윤 후보의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문제가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으면 홍 의원이 나설 명분이 없다”며 “반대로 그런 문제가 정리되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일부 측근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버티고 있는 한 홍 의원이 선대위에 참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당분간 청년세대 세력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는 곧 오프라인으로 청년들과 만날 계획도 구상 중이다. 그 이후에는 ‘정치대혁신’ 작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이미 경선 과정에서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원을 200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현행 국회의원 공천제에도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본다. 한 측근은 “전방위 정치개혁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제 관심은 홍 의원의 2027년 대선 도전 여부이다. 그는 이날 차차기 대선 도전 의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데 5년 뒤 일을 어떻게 알겠느냐”고 했지만 이미 지난 15일 청년의꿈에서 ‘미국 바이든도 나이 80에 대통령 하는데 홍준표도 대선 또 할 수 있다’는 글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출마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런 홍 의원도 만약 윤 후보가 대선 레이스 도중 위기에 봉착할 경우 전격적으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지인은 “홍 의원은 절대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외면할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