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영화 장인이 만든 다른 장르물은 어떨까?
프랑스 출신으로 미국에 건너와 할리우드에서 인상깊은 장르물을 다수 남긴 ‘장르 혁신가’ 자크 투르뇌르(사진·1904~1977). ‘그림자와 빛의 거장’으로 불리는 자크 투르뇌르 감독의 다양한 색깔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전이 열린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다음 달 19일까지 투르뇌르 감독의 작품 21편을 선보인다. 투르뇌르 감독은 프랑스 영화감독 모리스 투르뇌르의 아들로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건너와, 할리우드에서 재능을 꽃피웠다.
‘빛과 그림자의 거장’ 투르뇌르 특별전
영화의전당 내달 19일까지 21편 상영
서부극·판타지 등 다양한 작품 선보여
저예산 호러 영화로 유명한 투르뇌르 감독은 호러뿐만 아니라, 서부극, 스릴러, 판타지 등 각종 장르물에서 두각을 보였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투르뇌르 감독이 미국에서 여러 영화의 조감독으로 일하다가 할리우드에서 처음 만든 영화인 범죄 드라마 ‘데이 올 컴 아웃’(1939)을 비롯해 다수의 걸작을 만날 수 있다.
감독 초기 연출작인 단편영화 ‘로맨스 오브 레이디엄’(1937·라듐 발견 퀴리부부 이야기), ‘더 페이스 비하인드 더 마스크’(1938·루이 14세 시대 철가면 사나이 이야기), ‘더 인크레더블 스트레인저’(1942·1890년대 배경 이방인 이야기)도 상영한다.
투르뇌르 감독의 대표작으로는 B급 호러 영화 ‘캣 피플’(1942),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1943), ‘레오파드 맨’(1943)을 꼽을 수 있다. 모두 공포의 대상을 직접 보여주는 대신 빛과 그림자를 교차시키는 기법, 섬세한 사운드 연출로 심리적인 공포감을 자아낸다.
이외에도 심리 서스펜스 ‘위험한 실험’(1944), 어니스트 헤이콕스의 <협곡 통과>를 바탕으로 한 서부극 ‘패시지 계곡’(1946), 시적 필름 누아르 ‘과거로부터’(1947),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에서 촬영한 최초의 미국영화 ‘베를린 익스프레스’(1948), 모험영화 ‘화염과 화살’(1950), 아르헨티나 배경 서부극 ‘웨이 오브 어 가우초’(1952), 심령 현상을 다룬 ‘악령의 밤’(1957) 등 투르뇌르 감독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으로 특별전이 꾸려졌다.
영화의전당 박인호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는 “투르뇌르는 호러 영화의 장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스터리, 판타지, 형사물, 모험극, 서부극 등 다양한 장르 영화를 만들었고 장르의 관습을 따르면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관철시켜 장르의 틀을 갱신했다”면서 “(그의) 빛과 그림자의 탁월한 설계는 가장 원초적이고 순수한 형태의 영화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전의 일부 상영작은 김은정·김필남 평론가의 영화 해설이 포함돼있다. 일반 7000원, 유료회원 및 청소년·경로 회원 5000원.
조영미 기자 mia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