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4기 뇌전이 폐암도 희망은 있다
장태원 고신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대한폐암학회 부회장)
한 해에 새로 폐암 진단을 받는 환자는 2만 9000명으로 위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폐암은 지난 20년 동안 사망률 1위를 이어온 만큼 치명적이다. 2019년 기준으로 암 사망률은 폐암이 22.8%로 가장 높았다. 간암(13.0%), 대장암(11.0%), 위암(9.4%), 췌장암(7.9%)이 뒤를 이었다.
그렇지만 폐암 치료의 영역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폐암은 지난 20여 년간 급격히 치료 성과가 발전해왔다. 암은 진단 후 5년 동안 전이와 재발 없이 환자가 생존해 있는 기간인 5년 생존율을 중요한 지표로 보고 있다. 폐암은 최근 조기 발견과 함께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폐암 5년 생존율은 90년대 중반 12%에서 2018년 32.4%로, 20년 새 괄목할 만한 발전이 있었다.
폐암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특별한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에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진단이 됐을 때에는 이미 뼈나 뇌 등 다른 장기까지 전이가 된 4병기인 경우가 반수가 될 정도로 많다. 전이되는 부위는 다양하나 뼈전이, 간전이, 뇌전이가 예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이중 뇌전이 폐암은 표적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예후가 불량하고 치료가 어려웠다. 폐암 환자 5명 중 한 명은 진단 시부터 뇌전이를 동반하고, 치료 도중 뇌전이가 발생하는 비율도 44%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방사선치료 기술의 발달과 표적 항암제의 개발로 뇌전이가 예후에 미치는 영향이 많이 감소되었다.
수술이 어려운 진행성 폐암은 표적 치료제나 면역치료제를 포함한 항암치료를 한다. 조직이 진단되면 분자생물학 검사를 통해 적절한 표지자가 있는 지, 면역 항암제에 효과가 있을 지를 탐색한다. 가장 흔한 유전자 돌연변이인 EGFR 유전자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표적 유전자를 검사한다. 표적 유전자를 찾게 되면 그에 맞는 맞춤 치료제를 준비하고 면역지표가 높은 경우는 면역 항암 치료를 고려한다.
EGFR치료 약제의 경우 1, 2세대 표적치료제 뿐만 아니라 내성과 뇌전이를 극복할 수 있는 3세대 표적치료제까지 등장했다. 최근 개발된 치료제는 뇌혈관장벽 투과율이 높아 뇌전이에 효과가 뛰어나고 심장 및 피부 독성 부작용도 낮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올해 9월부터는 전국의 병원에서 처방이 가능해지면서 4기 폐암 환자들의 치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암 치료에 있어서는 부산지역 의료기관도 수도권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최신 약물 공급 면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고, 폐암에 특화된 많은 의사들이 부산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폐암 적정성 평가 결과를 발표했는데 서울, 경기권과 함께 부산 등 경상권이 1등급 병원의 79%를 차지했다.
매년 11월은 폐암인식 증진의 달이다. 이제 4기 폐암이라고 해서 낙담할 이유가 없다. 폐암치료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전환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