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99) 밥 제임스 트리오 ‘Feel Like Making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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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했던’이라는 말은 예술가들에게 종종 쓰이는 수식어입니다. 이 말이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것인지 부정적인지 예술가의 입장에서 사실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군가의 작품이 특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던 시절은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저는 ‘예술가에게 어떤 한 시기의 작품이 그 예술가의 가장 뛰어난 창작물의 발표 시기와 일치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데요. 이것은 제가 현재 음악을 만들고 또 연주를 하고 있기에, 다음 작품이 그 이전보다 더 나아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자신에게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 역시 대부분 가장 많은 사랑을 받던 시절에 나온 아티스트의 음반과 음악을 가장 좋아하니까요. 어쩌면 아티스트의 삶에 가장 중요하게 직면해야 하는 시간은 ‘나의 작품은 누구를 향해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만약 어떤 예술가가 자신의 틀을 계속 뛰어넘는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할지라도, 그것을 듣고 감상하는 사람들은 꽤 긴 기간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주겠지’라는 생각보다 정말 더 많은 시간이 지나도 말이지요. 심지어는 역사의 시간 속에 묻혀 버리는 경우도 무척 많습니다.

예술가의 입장에서 ‘나만이 나의 작품을 인정하고 그 가치를 알면 된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믿음은 예술가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창작을 통해 유·무형의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수용하고 감상하는 이에게 전달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이것은 무척 고독한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과 다르게 아티스트가 스스로에 대해 가지는 미신이자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이 가진 의미는 언론 기사에서 아티스트에 대한 소개에 가장 흔히 등장합니다. 하지만 예술가에게 그 어떤 어구보다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피아니스트 밥 제임스(Bob James)가 이끄는 ‘밥 제임스 트리오’의 새 앨범 ‘Feel Like Making Live!’는 단지 2개의 선공개 음악만을 접할 수 있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티스트’의 그 시대 이후를 생각하게 합니다. 단지 우리가 그의 음악과 삶을 듣고 보지 못했을 뿐, 여전히 그들의 삶과 음악은 찬란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다만 더 이상 그의 음악이 우리를 향하고 있지 않았었을 뿐 말입니다.

이제 밥 제임스는 잠시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려 음악을 들려줍니다. 이 앨범은 듣는 이를 미소 짓게 합니다. 재즈와 팝의 만남, 피아노라는 악기가 대중음악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연주자로서 가장 뛰어난 기술과 예시를 보여주었던 그가 테이프나 LP를 누군가에게 함께 듣자고 하듯, 연주자가 아닌 음악 애호가로서 그의 애청곡을 들려주는 듯 하네요.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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