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씻고 봐도 없는 PK 인사… 우려되는 새 정부 ‘PK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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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정치인들이 차기 정권의 핵심부에서 전면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 지역 현안 차질이 우려된다. 2일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내년 5월 출범할 차기 정권의 핵심부에서 부산·울산·경남(PK)이 전면 배제될 우려가 제기된다. 권력 중심부의 ‘PK 패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야 PK 정치권이 중앙 무대에서 홀대받는 원인 분석과 함께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인다.

여야 유력 대선 캠프 핵심 보직
당대표·원내대표 후보서도 전멸
존재감 없는 중진·패기 없는 신진
지역 홀대·현안 차질 우려 고조

청와대와 정부, 정당은 국정 운영의 ‘3대 축’이다. 그런 만큼 지역 발전을 위해 당·정·청의 핵심부에 지역 출신들이 포진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차기 정권 출범 때 정부와 청와대에서 중책을 맡게 될 여야 대선 캠프 핵심부에 부울경 출신은 없다. 주요 정당의 차기 당대표와 원대대표 후보군에도 PK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와 부울경 메가시티 출범, 가덕신공항 추진 등 주요 현안의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여야 유력 대선 캠프 내에서 PK 정치권의 위상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상임선대위원장과 각급 본부장, 특보단장, 공보단장 등 중앙선대위의 핵심 요직에 PK 출신은 전무하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일 캠프의 핵심인 6명의 선대본부장을 발표했지만 PK 출신은 없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이미 중앙선대위 인선안을 내놨지만 부울경 출신은 한직에 밀려나 있다.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 의원을 도왔던 조경태 의원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그다지 영향력이 없고, 동아고 출신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특별고문’에 불과하다. 최인호 의원이 이재명 후보 비서실장에 임명됐다가 제주 출신인 오영훈 의원으로 교체됐고, 윤석열 후보 비서실장에는 3선의 장제원 의원이 유력했지만 결국 초선의 서일준 의원으로 바뀌었다.

관례상 선대위 핵심 멤버들이 새 정부에서 청와대 요직을 차지한다. 문재인 정부의 윤건영(현 국회의원) 국정상황실장과 박근혜 정부의 허태열·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이명박 정부의 박형준(현 부산시장) 청와대 정무수석, 노무현 정부의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선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다가 새 정부 출범 때 권력의 핵심부로 입성했다. 그만큼 대선캠프의 직책이 중요하다. 물론 내년 3월 대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 활동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선 부울경이 차기 정권의 ‘변방’으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

유력 정당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현 송영길(민주당), 이준석(국민의힘) 대표의 임기는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되지만 내년 중으로 지도부 교체 가능성이 높다. ‘당내 2인자’인 윤호중(민주당), 김기현(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내년 상반기 중으로 임기가 끝난다.

차기 집권당과 제1야당 지도부 후보군에도 PK 출신이 거의 없다. 민주당 대표 후보 중에 부울경 출신은 1명도 없고, 국민의힘에선 김기현(4선), 김태호(3선)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있지만 당내 역학 구도상 성공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원내대표 후보 중에도 일부 3선 PK 중진의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정치력이 부족해 밀려날 공산이 크다.

PK 정치권에는 민주당 7명과 국민의힘 32명, 무소속 1명 등 총 40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그러나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현역은 손에 꼽을 정도다. 중진들은 존재감이 거의 없고, 대부분의 초·재선은 패기도 없이 ‘샐러리맨’으로 전락했다. 결속력도 떨어진다. 여야 PK 정치권이 극도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 원인에 대해 전국적으로 지역구도가 옅어진 상황에서도 지역 정치권은 건전한 경쟁 없이, 정체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국민의힘은 과거의 지역 구도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민주당은 대안 정치세력으로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국민의힘은 치열한 의정활동으로 평가받기보다 총선 때 당 지도부나 공천관리위원회에 줄서기만 잘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민주당도 자신들의 노력으로 의원직을 유지하기보다 노무현·문재인 같은 거물 정치인의 뒤에 숨어서 바람으로 이기겠다는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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