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최대 ‘스윙 스테이트’ PK 부동표, 누가 가져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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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올 4월 5일 부산 수영구 한 선거 유세 현장에서 부산시장에 출마한 한 후보자의 연설을 듣고 있다. 부산일보DB

여야 대선후보 지지율이 초접전 양상을 이어가면서 부산·울산·경남(PK) 표심이 내년 대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부산은 최근 치러진 대통령 선거와 부산시장 선거에서 여야를 넘나드는 ‘부동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PK 부동표는 적게는 60만 표에서 많게는 100만 표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에서도 PK가 최대 ‘스윙 스테이트’로 떠오른다. 대선에서 1·2위 후보의 대체적인 표차를 감안할 때, PK 민심의 변화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적게는 60만, 많게는 100만 표 추산
초접전 양상 가를 최대 변수 될 듯
투표율 높은 대선, 부동표 규모 커
2030·4050세대 표심, 큰 관심

지난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더불어민주당은 직전 선거와 비교해 부산에서 41만 2334표를 잃었다. 2018년 6월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오거돈 후보를 내세워 94만 469표(55.23%)를 얻어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를 30만 7663표 차로 크게 따돌렸다. 당시 전통적인 보수 텃밭으로 꼽히던 부산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민심이 민주당으로 돌아선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오 전 시장이 부하직원 성추행 사실을 밝힌 뒤 불명예 사퇴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급변했다. 올해 치러진 4·7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민심 회복을 위해 당내외 인지도가 높은 김영춘 후보를 내세웠지만 52만 8135표(34.42%)를 얻는 데 그쳤다. 오 전 시장과 현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큰 선거였지만, 직전 선거와 비교해 무려 41만 표가 빠진 셈이다.

통상 지방선거보다 대선의 투표율이 높은 만큼 ‘숨은 표’까지 더해지면 실제 부산 부동표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최근 두 차례 대선에서 부산 투표율은 76%대를 기록한 반면 두 차례의 시장 선거는 50~60%에 그쳤다. 내년 대선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나타낼 경우 직전 보궐선거보다 70만 표가량이 실제 선거에서 더해질 수 있다.

전통적인 여야 지지층은 선거 형태에 관계 없이 투표를 해 왔다고 봤을 때, 이들 70만 표는 ‘선거 무관심층’이거나 ‘잠정적 부동표’로 분류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부산 전체 투표자 중 표심이 변하지 않는 진보 ‘로열층’은 40만~50만, 보수 로열층은 60만~70만 명으로 추정한다.

울산과 경남에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발 부동표가 여전히 많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탄핵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 당시 울산과 경남에서는 직전 대선보다 당시 제1 보수정당 표가 각각 20만 표, 47만 표가량 떨어져 나갔다. 이후 2년 뒤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이탈 표가 어느 정도 돌아왔지만, 여전히 직전 지방선거보다 21만 표가 줄었다. 이들 표가 내년 대선에서 보수표로 돌아갈지 새로운 후보에게 안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각 지역 여야 이탈 표와 숨은 표를 단순 계산해 볼 때, PK 부동표 규모는 투표를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최소 60만 표에서 극단적인 경우 100만 표 내외에까지 달할 수 있다.

내년 대선에서 PK 부동표 영향력은 이전 선거 때보다 커 여야 후보들의 치열한 선거싸움을 예고한다. 직전 19대 대선에서는 주요 여야를 떠난 PK 부동표가 대안으로 중도를 자부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선택할 수 있었다. PK에서 안 후보는 15% 내외, 유 후보는 7% 내외의 득표력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유 후보는 국민의힘 내에서 단일화를 이뤘고, 대선 정국 초반이기는 하나 안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5% 안팎의 지지율에 그쳐 각 후보가 빼앗아 올 수 있는 부동표 규모가 상당히 클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주요 여야 대선주자인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오차범위 내 지지율 접전을 벌여 PK가 대선 승부를 가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가장 치열했던 제18대 대선의 경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간 투표 수 차이는 108만 표에 불과했다.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교수는 “PK는 전통적으로 부동층, 선거 무관심층이 두꺼운 지역”이라며 “내년 대선은 이전과 달리 2030세대보다 4050세대가 진보층으로 분류돼, 이들의 투표율이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미국에서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부동층(浮動層) 주를 이른다. 지금은 의미가 확대돼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지역들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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