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공식화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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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의 인권 유린을 문제 삼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미-중 간 갈등이 더욱 노골화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정상회담을 계기로 협력가능한 면에서는 제한적 공조를 하는 식의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던 양국관계가 다시 갈등과 경쟁 일변도로 회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바이든 정부는 신장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종족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기타 인권 유린을 감안해 어떤 외교적·공식적 대표단도 베이징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브리핑
“신장지구 지속적 인권유린 감안
어떤 외교적 대표단도 파견 안 해”
서방국들 도미노 보이콧 가능성
중국 “반드시 반격 조치 취할 것”
지난달 정상회담 무력화 국면

이에 대해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선언은 미국의 최대 군사·경제적 경쟁자인 중국에 대한 심대한 정치적 모욕"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미국의 이번 결정은 중국의 ‘급소’를 건드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미국은 중국이 서방과의 갈등에서 양보할 수 없는 분야로 여기는 ‘인권 문제’를 이유로 보이콧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중국에 또 한번 ‘낙인’을 찍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인권을 명분 삼아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 금지, 관련자 제재 등 중국에 대한 각종 제약을 가해 왔다.

또 내년 올림픽 직전까지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다 조용히 고관을 파견하지 않는 ‘로우키’(low key·낮은 톤)식 대응도 가능했음에도 대회를 2개월 앞둔 시점에 백악관이 공식 발표를 하는 형태로 못 박은 것은 테니스 스타 평솨이의 성폭력 피해 폭로로 가뜩이나 쉽지 않은 올림픽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측면이 있다. 앞서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도 펑솨이 탄압을 문제 삼으며 중국에서의 대회 개최 중단을 발표한 바 있다.

자유·민주 진영의 리더 격인 미국의 외교 보이콧은 다른 서방 국가들의 결정에 큰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더욱이 최근 리투아니아와의 외교관계 격하 등에서 보듯 중국과 유럽의 관계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중국으로선 ‘보이콧 도미노’를 우려하게 됐다. 또 미국이 9~10일(현지시간) 중국은 배제하고 대만을 초청한 가운데 주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던 시점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국제적 행사의 타격이 불가피해진 중국으로서는 곧장 반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보이콧 발표 이전인 6일 정례 브리핑에서 “만약 미국이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그에 반격하는 조치를 결연하게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올림픽은 정치 쇼의 무대가 아니다"며 "미국 정치인들이 초대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외교적 보이콧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올림픽 헌장 정신을 더럽히는 정치적 도발이자 14억 중국인에 대한 모독이며 미국 정치인들의 반중 본질과 허구만 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미-중 사이에서 균형점 잡기에 부심해온 한국 역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사키 대변인이 동맹국의 보이콧 동참 여부는 개별 국가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어느 한쪽을 택하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종전선언에 중국이 참여하기를 기대하는 정부로서는 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최근 "베이징 올림픽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종전선언이 영향을 받는다는 식으로 연결하지는 말아주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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