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나도 ‘바른생활 루틴이’ 돼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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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중심 유행 ‘리추얼 라이프’

매일 운동하기를 루틴으로 실천하는 김민영 씨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게시물. 김 씨에게 SNS는 매일 눈바디(눈으로 확인하는 바디 상태)를 체크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수단이다. 김민영 씨 제공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리추얼 #챌린지 #모닝루틴 #오늘도전100일째 #미라클모닝.

요즘 SNS에서 ‘핫’한 해시태그들이다. 자기 관리에 관심 많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리추얼 라이프(Ritual life)’가 유행 중이다. 리추얼 라이프는 1~2년 전부터 서서히 퍼지다가 최근 더욱 보편화되고 있다. ‘리추얼’은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을 뜻하는데, ‘루틴(습관이나 반복된 행동)’에 나만의 의미를 더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러닝 머신·웨이트 트레이닝 등 반복되는 습관
본인 SNS에 사진·영상·내용 등 업로드
선언 효과 통해 실행력 높이고, 성취감 키워
미라클 모닝 태그 게시물 60만 개 훌쩍 넘어
관련 책, 유행 타고 판매량 역주행 하기도
1만 보 걷기·10분 책 읽기 등 거창하지 않아
혼자 하기 어려우면 실천 도와주는 ‘앱’ 도움도

■인증하면 성취감 두 배

“매일 나의 루틴이 흔들림 없이 이어지니, 감정이 흔들릴 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금방 회복되더라고요.” 직장인 김민영(29·부산 영도구) 씨가 말하는 리추얼의 효과이다. 김 씨는 1년여 전부터 운동 루틴을 실천하고 있다. 출근 전에는 러닝 머신, 퇴근 후에는 주로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한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면 본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그날 했던 운동 사진이나 영상, 내용을 업로드한다. 스마트폰 앱도 적극 활용 중이다. ‘트루코치’로 PT 선생님과 운동 일정을 공유하고, ‘바디캘린더’로 운동 기록을 남긴다.

“SNS는 그날 운동을 기록하고 되돌아보고 다짐하는 수단이에요. SNS에 올려야지 하는 마음이 운동하기 싫은 날에도 몸을 움직이게 합니다. 저에게는 긍정적인 효과가 커요.” 김 씨는 SNS에 운동 루틴을 올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MZ세대 리추얼 라이프의 핵심은 성취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유튜브 등에는 리추얼을 ‘인증’하는 글과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자신의 도전을 SNS에 공유하는 것은 실행력을 높이는 선언 효과를 얻으면서, 댓글을 통해 성취감을 더 키우는 효과도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의 기적

“새벽 5시 운동하러 나왔는데 공기가 차네요, 오늘도 나의 미모 인증.” 리추얼의 한 방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라클 모닝’은 인스타그램 태그 게시물만 해도 61만 개를 훌쩍 넘는다. 유튜브에도 본인의 미라클 모닝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와 후기, 노하우 영상이 줄줄이 뜬다. ‘미모인’들은 새벽 6시 이전에 일어나 운동·명상·독서 등 자신만의 리추얼로 하루를 연다.

미라클 모닝은 2016년 한국에 번역 출간된 같은 이름의 책에서 나온 개념이다. 미국인 할 엘로드가 장애 극복 경험을 적은 것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삶에 큰 변화를 이끈다고 주장한다. 최근 리추얼 유행을 타고 책 판매량이 역주행하고 있고, 서점가에는 리커버 에디션까지 등장했다. 2000년대 초 열풍이 불었던 ‘아침형 인간’이 떠오르지만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아침형 인간의 저자 사이쇼 히로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성공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일찍 하루 시작하기’를 제시한 것이다. 반면 미라클 모닝은 ‘자기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사회적 성공보다는 개인적 성장의 수단이다.

■MZ세대에게 자기개발이란

출근 전 30분 운동하기, 1만 보 걷기, 10분 책 읽기, 5줄 일기 쓰기…. 자기개발을 위한 루틴의 내용은 거창하지 않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올해 3월 발표한 ‘MZ세대의 여가 생활과 자기개발 트렌드’ 보고서(전국 만 15~39세 남녀 900명 대상, 2020년 11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가 생각하는 자기개발은 공부나 지식의 향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응답자들은 ‘자기개발’이라고 생각하는 활동으로 공부·학습(76.7%)뿐 아니라 신체·건강 관리(72.2%), 취미 배우기(68.%), 스트레스·정신 건강 관리(59.3%)도 많이 꼽았다. 젊은 층에도 재테크 열풍이 불면서 43.6%는 ‘재무 관리’ 또한 자기개발이라고 답했다.

자기개발의 의미도 가벼워졌다. 65.8%가 ‘자기개발이 꼭 대단한 목표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70.3%는 ‘사소한 성취도 내 삶에 큰 의미가 된다’고 답했다. 77.2%는 매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루틴이 있다고 답했으며, 평균 2.2개의 루틴을 가지고 있었다. 루틴을 실천하려는 이유로는 ‘건강해지기 위해(50.6%)’,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서(43.3%)’ 라고 답했다.



■습관 만들기 도우미 아이템

2022년 새해 새로운 리추얼 라이프를 계획한다면 지금 12월이 목표 잡기 딱 좋은 시기이다. 오프라인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아이템은 다이어리나 데일리 플래너. 1년 계획과 목표를 체계적으로 적어 나갈 수 있고 일정을 정리하거나 되돌아보기 좋다. 한 달이나 100일 등 기간을 정한 챌린지에 도전한다면 챌린지 달력을 활용할 수 있다. 벽걸이형, 탁상형, 어디에든 붙여 쓸 수 있는 한 장짜리 등 다양한 형태가 시중에 나와 있다. 직접 손으로 적고 꾸미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의미에 재미까지 더하는 셈이다.

‘돈’으로 의지를 사는 방법도 있다. ‘목표 85% 이상 달성하면 전액 환급, 85% 미만일 땐 달성률만큼 환급, 100% 달성하면 상금 획득’. 습관 만들기 앱 ‘챌린저스’의 규정이다. 1만~20만 원 참가비를 내고 원하는 챌린지에 참가한 후 일정 기간 실천하고 인증하는 방식이다. 혼자 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길도 있다.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meet me)’는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끌어 주는 ‘리추얼 메이커’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참가비는 월 평균 7만 원. 야나두에서 만든 앱 ‘유캔두’도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며 실천하는 커뮤니티다. 이 외에도 ‘루티너리’ ‘그로우’ ‘Loop 습관제조기’ 등 다양한 앱이 있다.



■내년에도 계속될 트렌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는 규칙적인 일상을 크게 뒤흔들었다.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이 크게 늘었다. 개인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줄었지만 ‘시간’은 늘어나게 된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 블루’로 불리는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퍼졌다. 이렇게 무너진 일상과 무너진 멘탈 속에서 사람들은 ‘리추얼 라이프’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김난도 교수는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2년’에서 이들을 ‘바른생활 루틴이’라 이름 붙였다. ‘루틴이’가 늘어난 이유를 “근로시간 축소와 코로나의 영향으로 생활과 업무 자유도가 높아지며 자기 관리를 보다 단단히 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고, 미세행복을 추구하며 자아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내년에도 트렌드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며, 기업의 소비자 마케팅이나 조직 관리도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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