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주 만에 벌써 1만여 대… ‘카카오T’ 잡는 ‘동백택시’
“부산 택시기사들이 대기업을 어떻게 혼내 주는지 똑똑히 지켜보이소!”
부산시와 개인·법인택시 양 조합이 자생 콜택시 플랫폼 ‘동백택시’를 출범한 지 3주 만에 택시 1만 여 대가 합류했다.
현재 부산 시내에서 운행 중인 택시는 개인택시 1만 3000대, 법인택시 7000대를 합쳐 총 2만여 대. 이 중 1만 여 대가 ‘동백택시’ 합류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부산 택시의 60% 가까이가 대열에 동참했다. 이달 초 ‘3000대 확보해도 성공’이라며 가슴 졸이던 부산시의 조심스러운 관측이 무색해졌다.
동백전 기반한 콜택시 플랫폼
수수료 없고 10% 캐시백 혜택
카카오T 갑질에 뿔난 기사 호응
부산 택시 2만 대 중 60% 동참
위약금 물고 갈아탄 기사까지
‘동백택시’는 부산의 지역화폐인 ‘동백전’에 기반을 둔 콜택시 플랫폼이다. 90만 동백전 이용자라면 누구나 별도의 앱 설치 없이 동백전 앱 안에 설치된 버튼으로 ‘동백택시’를 부를 수 있다.
동백전 사업자인 ‘코나아이’와 업무협약을 맺은 뒤 개인택시조합이 한발 먼저 지난달 22일부터 조합원 차량에 외부 래핑과 단말기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법인택시조합도 이달 초부터 회사별로 일정을 잡고 ‘동백택시’에 순차적으로 합류하고 있다.
그 속도는 ‘동백전’ 운영사인 코나아이에서도 ‘부산 사람 화나면 곧장 등돌린다더니, 이 정도 속도일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동백택시’에 합류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지난달 말에는 래핑을 위해 개인택시사업조합 사무실로 향하는 동래구 사직동 거성사거리 일대가 작업 순서를 기다리는 택시로 400~500m 장사진을 이뤘다.
이렇게 봇물처럼 ‘동백택시’ 동참 행렬이 이어지는 건 전국 콜택시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한 카카오T의 갑질에 택시기사들이 잔뜩 뿔이 났기 때문이다.
15년 차 택시기사 정태호 씨는 지난달 29일 ‘동백택시’에 동참했다. 정 씨는 “카카오T가 편한 중계 콜 기능을 앞세워 업계에 들어오더니, 독점 체제가 굳어지니까 유료 서비스 가입을 종용하고 차등 배차를 하는 등 갖은 갑질을 해 왔다”며 “수수료를 택시요금의 3%가 넘게 내고 있는 데도 유료 서비스 가입을 거부하면 황당한 거리에 있는 콜을 안내받는 등 이해 못 할 일을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인택시 기사 박근석 씨도 “의문스러운 배차가 계속 이어지니 기사들 사이에서도 카카오T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상태”라며 “동료 중에는 위약금을 물고서 가맹 서비스를 취소한 뒤 ‘동백택시’로 갈아탄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동백택시’는 기존 동백전에 부가 서비스 개념으로, 중계 콜 기능이 추가된 터라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부산 개인 택시기사의 월 평균 수입을 170만 원으로 볼 때 5만~6만 원 추가 수입이 발생하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택시기사들이 반기는 건 유료 서비스 없이 공평하게 제공되는 중계 콜이다. 그 덕에 시민 입장에서도 택시요금 10% 캐시백 혜택에 택시의 무한 콜 경쟁으로 배차까지 빨라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부산시도 예산 투입 없이 시작한 자생 콜택시 플랫폼이 대박이 터지며 지역 자영업자의 수입을 챙겨 주는 효과까지 나오자 화색을 보인다. 부산시 택시운수과 이윤자 과장은 “지자체나 민간 위탁업체 없이 택시조합이 직접 운영주체로 나선 자생 콜택시 플랫폼은 동백택시가 전국 최초“라며 “수수료 없는 무료 콜인 데다 동백전으로 확보한 고정 고객이 있어 카카오T 가맹 기간 종료 이후 속속 ‘동백택시’로 갈아타는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