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늘어나는 ‘NO ○○존’… “오죽했으면” vs “혐오로 바뀔라”
‘노 키즈존’과 ‘노 펫존’에 이어 부산 대학가의 한 술집에 ‘노 교수존(No Professor Zone)’이 등장했다.
수도권에서는 40대 이상 출입금지 캠핑장도 생기며 ‘오죽하면 그러겠냐’는 측과 ‘과도하게 이용자를 배제한다’는 측의 의견이 맞선다.
부산대학교 인근 한 술집은 올해 11월부터 노 교수존을 운영하고 있다. 술집 입구에는 ‘대단히 죄송합니다. 다른 손님들의 편안한 이용을 위해 부산대학교 정규직 교수님들은 출입을 삼가시길 부탁드립니다. 혹시 입장하신다면 절대 스스로, 큰소리로 신분을 밝히지 않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는 공지문이 붙어 있다. 한 네티즌이 해당 공고문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사진은 다수의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안하무인 진상 교수 경고 차원
부산대 술집 ‘노 교수존’ 운영
서울 캠핑장 ‘노 중년존’ 등장
특정층 배제 두고 갑론을박도
이 술집을 운영 중인 A 씨는 노 교수존을 운영하게 된 계기에 대해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스스로 높게 인식하고 타인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에게 경고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부터 매장을 운영하면서 A 씨의 가게를 찾은 무례한 손님이 세 명인데, 모두 대학교수였다고 한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이 교수임을 밝히며 “내가 낸데”라고 하는 소위 ‘진상 손님’이었다는 것이다. 또 대학가에 위치해 대학원생 손님들이 담당 교수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자주 봐, 이들이 편하게 술을 마시도록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노 교수존’ 운영 이후 대부분의 손님은 재밌다는 반응이다. 한 번은 중년의 남성이 전화로 “거기가 노 교수존 가게 맞느냐”고 물어 누구냐고 물어보니 “시민인데”라며 끊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A 씨는 “‘내가 낸데’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무례하게 하지 말자는 뜻에서 대학가에서 대표적인 강자인 정규직 교수를 지목했는데 생각보다 반향이 커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A 씨는 부산대교수협의회 측과 협의 이후 8일 해당 공지는 뗐지만, 노 교수존은 명칭을 바꿔 계속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 교수존’은 지도교수의 권한이 절대적인 대학원생들 중심으로 많은 공감을 얻었다. 부산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모(32) 씨는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을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이 전무해 아주 폐쇄적이고 위계화된 조직으로 내부적으로는 갑질이나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노 교수존이 생긴 것은 그런 면에서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 같고 솔직히 개인적으로 통쾌한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40대 이상 중년 커플의 시설 출입과 이용을 제한한 ‘노 중년존’ 캠핑장도 등장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서울 한 캠핑장이 ‘젊은 여성 취향에 맞게 꾸린 공간’이라며 40대 이상 연인의 예약을 제한한다고 알린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2030 전용’ 캠핑 공간을 마련한 이 업체는 카페 공지사항을 통해 “커플일지라도 가족 외 40대 이상 연인 등에게는 적합하지 않아 예약을 제한하고 있다”며 “캠핑장은 전부 캐러밴으로 교체하여 20~30대 고객취향에 맞춘 것임으로 40대 이상 고객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한 커뮤니티에 자신을 카페 사장이라고 밝힌 글쓴이가 1인 1음료를 잘 지키지 않는다며 50대 이상 손님을 받지 않고 있다는 글도 올렸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과도한 이용자 배제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시민도 있다. 이 모(29·금정구) 씨는 “일부 개인의 일탈을 교수 사회 전체나 특정 나이대로 일반화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혐오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현·손혜림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