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인생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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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부장

<오늘 상회>(노란상상)가 문을 열었다. 한라경·김유진 두 작가의 그림책 속에. 손님들이 찾아오면 가게 주인은 그들에게 오늘을 건넨다. 오늘을 더 달라고 떼를 쓰던 아이가 자란다. 청소년이 되면 친구들과 웃고 떠드느라 오늘은 금방 지나간다. 특별한 날은 천천히 오래오래 기억하려 애쓴다. 소중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느낄 수 없는 오늘도 있다. 늘 함께하던 사람의 오늘이 사라지는 장면도 목격한다. 할머니 손님에게 오늘 상회 주인은 말한다. “여전히 소중한 오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오늘은 다시 온다. 우리는 오늘을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은 지금>(오후의소묘)은 오늘에 대한 태도를 이야기한다. 다비드 칼리와 세실리아 페리가 만든 그림책의 주인공은 은퇴한 노부부이다. 여행을 갈까? 외국어를 배울까? 마음대로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신이 난 할아버지의 제안에 할머니는 ‘오늘은 안된다’고 한다. “왜 자꾸 내일이래? 인생은 오늘이야.” 할아버지는 말한다. 이러다 시간이 가 버린다고. 인생은 쌓인 설거지가 아니라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은 언제일까? 과거에 모자랐던 부분을 오늘 열심해 해서 보충하면 내일은 더 멋진 내가 되어있을 수도 있다. 노력은 소중한 가치이다. 하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우리는 오늘을 희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행복한 인생이란 하루하루 작은 행복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 그 하루가 바로 오늘이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차근차근 반복해 온 하루 또 하루가 차곡차곡 모여서, 오늘도 아름다운 하루를 만들 거예요.’ 김윤이 작가의 <오늘은 오늘의 플리에부터>(한울림어린이)에 나오는 문장이다. 작가는 일곱 살 아이도, 세계적 무용수도 플리에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무릎을 구부리는 플리에. 살짝, 드미 플리에. 크게, 그랑 플리에. 드라마 ‘나빌레라’ 속 스물셋 채록이도, 일흔 살 덕출 할아버지도 플리에로 하루를 시작했을 것이다. 오늘, 생의 한 페이지를 쓰고 있는 당신들의 멋진 무대(그림)에 박수를 보낸다.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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