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기부된 ‘코로나19 백신’ 상당수 ‘사용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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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백신 불평등’이 문제로 거론되고, 미국, 유럽, 중국 등이 백신 기부를 이어가고 있지만 실제 아프리카에서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코로나19 백신이 도착해 사용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사기 에하니레 나이지리아 보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만료일에 가깝거나 제때 배달되지 않는 코로나19 백신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전날 로이터는 나이지리아에서 100만회 분의 코로나19 백신이 사용되지 않은 채 유통기한이 지나버렸다고 보도했다.

나이지리아 도착한 100만 회분
유통기한 임박, 전량 폐기 수순
말라위·남수단도 유사한 문제
접종 7.5%… 백신 불평등 심화
기부 백신 질 개선 목소리 높아

이들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유엔 국제 백신 공동구매·배분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공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아프리카로 많은 백신들이 오고 있음에도 상당수가 유통기한이 임박한 것들이어서 오자마자 폐기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백신은 최초 제조일로부터 최대 6개월 동안 보관할 수 있다.

에하니레 장관은 “기증된 백신 중 일부는 만료일이 몇 주에 불과해 운송, 정리, 배포 후 사용자에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통기한이 짧거나 제 시간에 배달되지 않는 것이 국제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로이터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중 일부 복용량이 유통기한 만료 4~6주 이내에 도착했으며, 보건당국의 노력에도 제 시간에 사용될 수 없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이지리아에서는 성인의 4%만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곳은 나이지리아뿐만이 아니다. 영국 BBC 방송과 로이터에 따르면 말라위도 백신 유통기한 만료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고, 남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은 백신을 제때 분배할 수 없어 일부를 돌려보내고 있다. 나미비아 또한 유통기한이 지난 백신 수천개를 폐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지난달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은 백신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고 보건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하지만 WHO에 따르면 아프리카 인구 중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전체의 7.5%인 약 1억 200만명에 불과하다.

WHO는 지난달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 GAVI 백신동맹 등과 공동성명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에 기증된 코로나19 백신의 유통기한이 최소 10주는 돼야 한다고 밝히고 “기부 백신의 질이 개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일부 백신 제조업체가 유통기한을 3개월 더 연장해달라고 보건당국에 요청했지만 연방정부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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