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만에 8배… 급증하는 재택치료에 방역 체계 균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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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중증 환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의료진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 15일 부산의료원 코로나19 병동에서 방호복을 입은 한 의료진이 잠시 쉬고 있다. 부산의료원 제공

코로나19 확산세로 재택치료자가 급격히 늘면서 부산의 기초단체와 보건소가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다. 확진자 역학조사, 예방 접종 업무에다 재택치료자 관리까지 겹치는 ‘업무 삼중고’로 인력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제한된 인력으로 버티다가 방역 체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보건·방역 종사자들은 인력 충원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부산 재택치료자 1252명으로
경증 재택치료자·접촉자 방치
보건소 업무 과부하 한계 상황

부산지역 한 구청 공무원 A 씨는 최근 자신이 담당하는 재택치료자 B 씨에게서 열이 나고 두통이 생기는 등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A 씨는 해당 보건소로 B 씨의 증상을 전하고 조치를 문의했지만, 보건소에서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어쩔 수 없이 B 씨에게 “일단 집에서 대기하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A 씨는 “현재 구청 공무원 사이에서는 말이 재택치료일 뿐 ‘치료 포기자’라는 말이 나돈다”며 “재택치료자가 크게 늘면서 관리 업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15일 부산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면서 재택치료자도 급증하는 양상이다. 지난 1일 155명에 그치던 부산지역 재택치료자는 2주 뒤인 15일 1252명으로 8배가량 늘었다. 현재 부산지역에서 치료 중인 확진자 2672명 중 46%에 달하는 수치다. 방역당국은 모든 확진자에 대해 재택치료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확진자 중 위중증자나 감염에 취약한 주거환경 거주자를 제외하고 집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재택치료자를 선별하는 과정부터 곤욕이다. 고시원이나 셰어하우스 등 재택치료 환경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재택치료를 원하거나, 반대로 재택치료 대상자가 굳이 병원에 입원하려고 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보건소 직원의 일이다. 특히 병상이 포화 상태로 치달으면서 재택치료를 유도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대상자와 구청, 보건소 직원 간에 승강이를 벌여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부 확진자는 자신의 요구대로 되지 않는다며 고성을 지르는 경우도 있다.

재택치료가 확정되면 보건소 직원이 직접 체온계, 마스크, 산소포화도 측정기, 해열제 등으로 구성된 진단 키트를 확진자에게 전달한다. 재택치료자는 하루 두 번 체온, 산소포화도와 맥박을 재 건강관리 앱에 기록한다. 고령자는 앱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보건소 직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체온 등을 일일이 체크해야 한다. 또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 재택치료자의 상태를 전화로 확인한다. 고위험군은 하루에 세 번 이상 연락해 병원 이송 여부 등을 살펴보기도 한다.

재택치료자는 치료 시작 10일 뒤 자체적으로 격리해제 된다. 재택치료자의 격리 해제 때는 별도의 PCR(유전자 증폭)검사를 진행하지 않지만, 동거인은 PCR 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위중증 환자를 위한 치료 병상이 포화 상태로 향해 가면서 경증의 재택치료자와 향후 양성 전환 가능성이 큰 밀접접촉자들 역시 사실상 지역사회 곳곳에서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방역과 의료시스템이 늘어나는 확진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지경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여현 사상구청 보건소장은 “기존 보건소 업무에 재택치료자 관리까지 해야 해 주말도 없이 출근하고 있는데, 현재 보건소의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면서 “반드시 방역 최일선에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고 다급하게 전했다.

한편 부산의 중증환자 치료병상 63개 중 47개 사용으로 가동률은 74%를 기록했다. 일반병상은 667개 중 488개 사용으로 가동률이 73%다. 병상 가동률이 80%를 넘으면 포화상태로 평가된다.

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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