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누구 없소? 국힘, 너무 많소!… 역전된 PK지선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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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부산·울산·경남(PK) 지방선거가 2018년 PK 지선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지선 때는 PK 정치권에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넘쳐 났지만 이번엔 출마자를 맞추기도 힘든 상황이다. 반면에 그 당시 난파선을 방불케 했던 국민의힘은 출마자가 너무 많아 과열 양상마저 띤다.

2018년 지선은 민주당 PK 정치권의 전성기였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후 민주당이 부울경에서 기초단체장은 물론 광역단체장을 한번도 차지한 적이 없다. 그 전까지 부울경 지방권력은 그야말로 보수 정당의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진보성향의 김두관 의원이 경남도지사에 당선됐지만 ‘무소속’이었다. 그 때 “김 지사가 민주당 당적이었다면 당선되지 못했을 것”이란 말도 나돌았다.

‘문재인 바람’ 강했던 2018년
민주당 인물 넘쳐 공천 경쟁 치열
최근 문·민주당 PK 지지도 급락
내년 지선 민주당 인물난 시달려
국힘은 광역·기초 모두 ‘북적’
대선 결과·신인 발굴 최대 변수

하지만 2018년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 민주당은 PK 시도지사 선거에서 전부 승리했고, 부산의 16개 기초단체장 중 13개를 싹쓸이 했다. 부울경 광역·기초의회도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사상 처음으로 부산에서 여성 구청장을 3명 배출한데 이어 전통적인 보수 텃밭인 해운대·중·동·연제·동래 등도 ‘접수’했다. 그 전까지 시장선거에서 패배를 거듭하던 오거돈(55%) 후보는 서병수(37%) 후보를 크게 이겼다.

그 당시 민주당엔 출마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 경선을 치른 곳도 많았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사람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가 접촉한 PK 광역단체장 후보가 10명이 넘지만 대부분 출마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문풍(문재인 바람)’의 영향을 톡톡히 본 반면 한국당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2018년과 정확하게 대치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가 상당히 차이가 난다. 한국갤럽이 7회 지방선거 6개 월 전인 2017년 12월 12~14일 실시한 여론조사(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문 대통령은 PK에서 63%의 높은 국정 지지율을 기록했고, 민주당의 부울경 지지도도 42%였다. 한국당의 PK 지지도는 16%에 불과했다.

이와 반대로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PK 지지도는 4년 전의 절반 수준인 32%에 머물렀고, 부정평가는 60%였다. 부울경 지지도도 국민의힘(42%)이 민주당(27%) 보다 훨씬 높았다. 그만큼 PK 선거에선 문 대통령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올 4월 실시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박형준(62%) 시장이 강서(56%)를 제외한 15개 자치구에서 60% 이상 득표한 것도 지난 지방선거와 완전히 달라진 정치지형이다. 그나마 득표력을 갖췄다는 평을 들었던 민주당 김영춘 후보는 34%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이를 반영하듯 내년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선 극도의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고, 국민의힘에선 지나치게 과열양상이 전개된다. 민주당 소속 7명(부산 3, 울산 1, 경남 3)의 현역 의원들은 대부분 PK 시도지사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의힘에선 울산시장과 경남지사 선거에 원내외 인사를 포함해 각각 10여명의 후보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그나마 부산에선 박 시장에게 도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광역단체장과 비슷해 국민의힘은 부울경 39개 전 자치구별로 보통 5~6명이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면, 민주당에선 현직 자자체장을 제외한 극소수의 인원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정치지형이 내년 PK 지선까지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재명·윤석열 두 유력후보가 PK 출신이 아니어서 부울경 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있지만 새 정부 출범(내년 5월 10일) 후 3주일 만에 선거가 실시된다는 점에서 대선 결과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여기에 대선 이후 당내 역학관계 변화와 공천 결과 등도 PK 지선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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