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편의적 조사위원 선정”… 무형문화재 분과위원장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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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 자의적인 무형문화재 행정을 비판하며 부산시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 분과위원장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장원(동아대 명예교수) 부산시 무형문화재 분과위원장은 20일 성명서를 내고 “부산시의 편의적인 조사위원 선정으로 비전문가의 식견에 가려져 책임과 소신 있는 역할이 불가한 상황인 까닭에 더 이상 문화재 위원 자리에 있을 필요도 당위성도 상실해 부산시 문화재위원과 무형문화재 분과위원장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나전칠기장·칠장 신규 지정 심의
조사위원 5명 중 전공자 2명 불과
시대 역행 무형문화재 행정 비판
부산시 “지역성 충분히 따져 선정”


이번에 직접적으로 문제가 된 사안은 나전칠기장과 칠장 2건을 부산시 무형문화재로 신규 지정하는 심의 건이다. 한 위원장에 따르면 부산시가 구성한 조사위원 5명 중 관련 전공자는 2명에 불과하고 비전공자가 3명이나 됐다는 것이다. 이후 전공자 2명과 비전공자 1명은 최상위 점수를 부여했으나 기량 조사가 가능하지 않은 비전공자 2명이 큰 폭의 낙제점을 매겨 신규 지정을 불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낙제점을 매긴 것은 전승 관계가 불명확하다는 등 이유 때문이었다.

한 위원장은 “낙제점을 매긴 비전공자들은 부산이 조선시대와 일제 강점기 이래 나전칠기와 칠의 명맥을 잇고 있다는 것을 무시한다”고 했다. 신라대 부산대 동아대 부산공예학교 양지재활원 등에 관련 과가 다양하게 개설된 곳은 부산뿐일 정도로 충분히 명맥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련의 사안에 부산시도 개입하고 있다”고 했다. 시는 문화재위원 중 관련 전문가를 일부러 조사 과정과 무형문화재위원회 회의에도 아예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것이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위원을 겸하고 있는 한 위원장은 “국가 차원에서는 법에 근거해 무형문화재를 전통 예능, 전통 기술, 전통 지식, 3개 분과로 구성해 전문성에 근거해 조사가 진행되지만 부산시는 낡은 조례에 의해 하나로 뭉뚱그려놓아 민속 전공자가 예능 조사자로 나서 함부로 낙제점을 매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근년 이런 사례가 계속 이어져왔다는 점이다. 2020~2021년 ‘배첩장’과 ‘조각보장’ 조사 과정에서도 비전공자가 더 많이 참여했고, ‘전각장’ 조사에서도 전각을 모르는 민속학자와 무용·음악 전공자를 과반으로 참여시켜 결국 신청자를 무형문화재 지정 과정에서 탈락시켰다는 것이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탈락시킨 배첩장 조각보장 전각장 나전칠기장 칠장 등의 신청자들은 전국 최고 기량을 자랑하는 이들로 안타까울 뿐”이라며 “부산시는 문화유산을 질식시키는, 시대 역행의 무형문화재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전승공예자협회와 부산공예인협회는 전승자들을 무시하는 부산시의 무형문화재 행정을 성토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부산시 무형문화재 행정의 전반적인 개선을 촉구하며 국가 차원에 준하는 새로운 기본 계획이 수립되길 바란다”고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문제제기를 하는 신규 지정 건들은 부산에서 지니는 지역적 역사적 의미를 우선 따지기 때문에 탈락된 것으로 안다”며 “민속 전공 조사자라도 지역성을 충분히 따질 수 있으며, 관련 ‘용역’을 한 전문가 경우는 조사에서 제외된다”고 해명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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