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주의는 무너졌다” 친중파 싹쓸이에 ‘깊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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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입맛대로’ 바꾼 선거제 개편 이후 친중파가 장악한 홍콩 입법회 선거 결과를 두고 G7(주요 7개국) 외교장관들이 ‘민주주의 후퇴’를 외치는 공동성명을 내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3월 중국이 ‘애국자’만이 홍콩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홍콩의 선거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고, 이후 첫 선거에 친중파만 대거 나오면서 투표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30%를 기록했다.

G7 외교장관들은 20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친중 진영이 장악한 홍콩 선거 결과는 민주주의의 후퇴라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중국과 홍콩 당국을 향해 홍콩의 정치 시스템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할 조치를 촉구했다. 또한 홍콩의 민주적 가치와 자유·인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민주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할 것도 촉구했다.

G7 외교장관들 공동성명 발표
중국 입맛대로 개편한 선거제
1석 외 모두 차지, 투표율 최저
미국도 5명 제재 명단에 올려

또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도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홍콩 선거제도의 민주적인 요소가 무너진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은 친중 진영이 입법회 장악에 성공한 직후, 홍콩 주재 중국 관리에 대한 제재를 추가로 발표했다.

20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날 홍콩의 민주주의를 해치는 데 기여한 5명의 중국 관리를 홍콩자치법에 따른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명단에는 홍콩 주재 중국 연락판공실 소속 5명의 부주임이 들어갔다. 이로써 해당 제재 명단은 39명으로 확대됐다. 제재 대상자들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이들과 직계 가족은 미국을 방문할 수도 없다.

OFAC는 성명에서 “홍콩국가보안법으로 홍콩의 많은 야권 정치인들이 구속 상태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고 다른 이들은 해외로 망명했다”며 “우리는 중국이 홍콩에서 보장된 권리와 기본적인 자유를 존중한다는 국제적 책무에 부합해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이날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홍콩자치법 시행에 따라 발간한 홍콩의 지위에 대한 보고서를 업데이트했다. 국무부는 홍콩의 반중 매체 빈과일보의 폐간과 홍콩 공무원들에 대한 새로운 충성서약 의무, 선거제 개편 등을 보고서에 새로 올리면서 “이는 중국이 홍콩의 고도의 자치를 계속해서 해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의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이던 지난해 6월, 중국이 홍콩국가보안법을 시행하자 그해 7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 관리와 홍콩 경찰 등을 제재할 수 있고, 그들과 거래하는 은행에도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가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홍콩자치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21일 사설에서 “홍콩 사무에 간섭하려는 검은 손을 거두라”며 “홍콩 선거를 모욕하는 악질적인 언행과 중국 내정에 간섭하려는 행위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한편, 중국이 홍콩의 선거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후 지난 19일 처음으로 실시된 홍콩 입법회 선거에서 중국이 설계한 대로 친중 진영이 전체 90석 중 89석을 차지해 싹쓸이에 성공했다. 투표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30.2%로, 민주 진영에서 망명, 도피, 구속 등에 따라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홍콩 시민들 상당수가 투표 거부로 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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