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인간이 되신 예수처럼, 더 낮추고 더 섬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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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교회 박성규 목사

부전교회 박성규 목사는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사회에 다양한 봉사를 하고 있는 부전교회. 1932년 시작해 89년 역사를 지닌 교회다. 2006년부터 이 교회의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박성규(60) 목사를 만나 성탄절의 의미를 들었다. 그는 교회는 지역을 섬기는 공동체여야 한다는 것을 늘 생각하는 목회자로 알려져 있다. 부전교회는 부전동에 있다가 지난 2016년 도시철도 동래역 인근 옛 송월타월 자리로 옮겼다. 교회 건물은 바다 도시 부산의 항구에 접안한 구원의 노아 방주를 상징한다.

성탄, 신이 사람으로 떨어진 사건
예수님, 온 세상의 죄 다 짊어져
그 마음 받아 이웃들 더 보듬길

-성탄의 의미는 무엇인가.

“성탄은 정말 위대한 사건이다. 신이 인간이 된 사건이다. 신이 인간으로 떨어진 것은 겸손을 넘어 비하이자 굴욕과 수치이다. 예수님은 결국 세상의 죄를 다 짊어지고 억울하게 죽음까지 당하셨는데 이것을 어떻게 겸손이라는 얄팍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 비하와 수치는 누가 시킨 것이 아니지 않은가.

“자발적으로 하신 거다.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셨다. 작곡가 세자르 프랑크의 성가곡 ‘생명의 양식을’이 있다. 온전히 번역되지 않은 부분을 발견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통상 ‘낮고 천한 우리 궁휼히 보시사 주여 먹이어 주소서’라고 의역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원뜻은 ‘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가난하고 가난하고 비천한 종이 주님을 먹도다’이다. ‘비천한 종이 주님을 먹는 사건’이 성탄에서 시작됐다. 성찬의 빵이 입 안에 들어가 부서지는 것처럼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부서졌다. 빵을 먹고 생명을 얻는 것처럼 십자가에 부서진 예수님을 마음에 모셔 영생을 얻는 거다. 신이 인간에게 먹힘을 당하고 신이 인간에 의해 죽은 종교가 어디에 또 있는가. 그 전무후무한 사건이 성탄에서 시작됐다.”

-그 비하를 우리는 어떻게 새겨야 하는가.

“우리도 겸손을 넘어 그분의 ‘비하’까지 내려가야 한다. 그게 성탄의 의미다. 더 낮아지고 더 섬겨야 한다. 때로는 굴욕과 수치를 당해도 사람과 이웃을 섬겨야 한다. 가장 먼저는 가족이다. 가족 안에서 내 것을 주장하기보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더 낮추고 섬겨야 한다. 직장에서도, 아파트에서도, 곳곳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야 한다.”

-어디까지 낮추고 섬겨야 하는가.

“한 번에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익어가는 삶’이 있고 ‘늙어가는 삶’이 있다. 곁에 가면 향기로운 분들이 있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분들이다. 그런 분들의 특징은 섬기고 베푸는 것이다. 성숙 없이 자신만 챙기는 ‘늙어가는 삶’은 사람들이 가까이 가기 힘들다. 익어가고 성숙하는 것은 계속 축적되는 거다. 행사(event)가 아니라 연속적 행위(movement) 속에 성숙하는 거다.”

-‘익은 삶’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나.

“열매는 숨길 수 없다. 말에서 느낄 수 있고, 얼굴에서 알아볼 수 있다. 그런 분들은 작은 것도 나누는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로 많은 이들이 우울하다.

“마음이 살면 어떤 위기도 이길 수 있다.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링컨은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이다. 우울한 기질을 타고났는데 더군다나 가족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 어릴 때 남동생이 죽었고, 젊은 시절 어머니가 죽었고, 누나까지 죽었다. 결혼 전에는 사랑하던 애인이 죽었고, 결혼 후에는 두 아들을 잃었다. 그는 자살하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그러나 그는 성경과 기도, 신앙의 힘으로 자살 충동과 삶의 공포를 초월했다. 남북전쟁에서 패전 소식이 전해지며 낙담하던 어느 날, 링컨은 고난의 삶을 살았던 욥의 이야기를 읽고 다시 기운을 차리곤 했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목사님은 서울 내수동교회 출신이라고 들었다.

“저는 대전 출신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다. 한국에서 성경을 가장 많이 읽은, 목숨 걸고 성경을 읽은 박희천 목사님의 제자다. 박 목사님은 젊은이들이 마음껏 무엇이든지 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예산까지도 마음껏 재량껏 쓰도록 하셨다. 그런 바탕 속에서 지금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됐다.” 젊은이들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기회와 장을 만드는 것은 지금 시대, 지금 부산에서 새겨야 할 바 같았다.

-부산 개신교계는 어떤 모습인가.

“전국적으로 볼 때 부산은 교회연합이 비교적 잘되는 편이다. 목사님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세워 주고 양보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2010년대에 부산성시화운동본부 교세통계위원장을 했는데 전국에서 교세가 유일하게 성장한 지역이 부산이었다. 부산은 신학적으로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지만 최근 10여 년간 타지에서 들어온 목사님들이 사회적 책임과 연합을 강조하면서 교계가 더욱 다양화되고 밝아지고 있다.”

박 목사 책상 뒤편에는 캘빈이 말한 라틴어 문구가 벽면에 씌어 있었다. ‘주님 당신께 내 심장을 신속하고 신실하게 드립니다.’ 그는 최근 코로나시대에 교회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한 <주님이 꿈꾸신 그 교회>를 출간하기도 했다.

글·사진=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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