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만 들면 사고 치는’ 윤석열, 선대위도 속수무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2~23일 호남을 찾아 표심 공략에 나섰지만 잇따른 '실언'으로 상처만 남았다. 윤 후보 호남 방문은 38일 만이다. 첫날인 22일 빈곤층 무시 논란을 빚은 '극빈층 자유' 발언에 이어 현실과 동떨어진 '구직앱 개발'을 언급했다. 23일에는 '민주화 운동 폄훼' 성격이 짙은 발언이 나왔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반복되는 상황에 진땀을 빼는 모습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에 대한 지지율 하락세가 감지되는 상황이라 더 그렇다.
“궁핍하면 자유 몰라” 논란 이어
“민주화 운동은 수입된 이념”
호남 표심 공략 ‘상처’만 얻어
지지율 하락세 맞물려 ‘곤혹’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합동 전국지표조사(NBS)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후보 지지도는 2주 전보다 7%P 하락한 29%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35%를 기록했다. 이 후보도 3%P 하락했지만 낙폭이 적었다. 김건희 씨 논란과 이준석 대표 하차 등 '악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이어 23일 전남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는 “80년대에 민주화운동을 하신 분들도 많이 있지만, 그게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따라 하는 민주화운동이 아니고 어디 외국에서 수입해 온 그런 이념에 사로잡혀서 민주화 운동을 한 분들과 같은 길을 걷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화 운동 진영을 폄훼한 것으로 충분히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하루 전 22일 윤 후보는 전북대 타운홀 미팅에서 n번방 방지법과 차별금지법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과정에서 자유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극빈한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며 “자유의 본질은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 역량이 있어야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자유의 가치를 향유하는 정도를 소득 수준과 연동한 셈이다. 오죽하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마저 23일 당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또 말실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기술이)조금 더 발전해 학생들이 휴대폰에 앱을 깔면, 어느 기업이 어떤 종류의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실시간 정보로 얻을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라며 “여기 1∼2학년 계신다면 졸업하기 전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놓고도 윤 후보가 현실을 모르고 한 말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이미 잡코리아, 워크넷, 사람인 등 주요 채용 플랫폼에서 상용 중인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선대위는 하루 뒤인 23일 오후 공보단 명의로 “지금도 구직앱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앱이라고 다 같은 앱이 아니다”며 윤 후보가 설명한 구직앱은 AI(인공지능) 방식의 진일보한 앱이라는 취지의 추가 설명 입장문을 냈다. 고심 끝에 부연 설명을 한 것인데, 이미 ‘주워 담기’에는 늦었다는 평가가 많다.
윤 후보는 당내 경선 때부터 꾸준히 설화를 빚어온 터라 폭발력이 커지는 양상이다. 윤 후보는 “일주일 120시간 노동” “집이 없어 (청약 통장을)만들어보지 못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호남분들이 많다” 등의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선대위 직책을 모두 내려놓은 이준석 대표는 23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뼈 있는’ 발언을 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실언이 반복된다는 지적에 “이(실언)에 대한 해법으로 나왔던 게 이준석과 같이 행보를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